▲이들은 광주와 부산을 번갈아 앙케이트 조사를 했고, 권익위원회에서도 매우 좋은 반응을 보였다.
진민용
7. 최근 영호남의 지역감정에 대한 앙케이트 조사를 했는데, 전체 평가는?저희가 광주와 부산에서 4개의 같은 질문과 광주에서 생각하는 부산, 부산에서 생각하는 광주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해 봤어요. '호남과 영남은 아직도 지역감정이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에 광주와 부산에서 둘 다 '그렇다'라는 대답이 월등히 많았으며 그렇지 않다는 답보다 '투표 시 단지 후보자의 출생지(영남) 때문에, 편견을 가진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엔 둘 다 '그렇지 않다'라고 했어요. '광주 사람들에게 내 배우자가 영남지역 사람이라면, 부산 사람들에게는 내 배우자가 호남지역 사람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해본다?' 라는 질문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는 대답이 나왔어요. '나는 다른 지역에 가면 사투리가 나오지 않게 기를 쓰고 막는다?' 에는 둘 다 아니라는 대답이 나왔네요.
광주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산으로는 갈매기, 사투리, 해운대, 제 2의 도시, 우리가 간 곳, 오뎅, 열정, 바다, 내고향, 친구, 영화의 도시, 패션의 도시, 지상낙원, 항구도시, 잘생긴 남자가 많다, 좋다 라는 의견을 적어주셨고, 부산 친구들이 생각하는 광주에는 사투리. 전남대, 김대중, 군사교육(상무대), KIA, 5.18, 선동렬, 유노윤호, 무등산, 민주화운동, 무등산 수박, 해태, 빛고을, 음식 이라는 의견을 많이 내 주셨습니다.
광주에서는 붙여 놓은 피켓에 하루 만에 의견이 꽉 다 차는 등 호응이 너무나도 좋았고 부산에서도 전남대에서 온 저희들에게 처음에는 잘 다가오지 않다가 나중엔 직접 오셔서 참여도 해주시고 끝나고 블로그에 들러 저희를 격려해 주는 등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셔서 그 때만큼은 부산과 광주의 지역감정이 없이 모두 한국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광주와 부산, 시민들에게 지역감정따윈 없었는데.." 8. 호남지역에서 느끼는 지역감정과, 영남지역에서 느끼는 지역감정의 차이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었는지요.저희가 질문한 것에 대해서는 광주나 부산이나 별 차이 없는 결과가 나왔어요. 대학생들은 지역감정이 아직도 존재한다고 대답은 했으나 실제로 지역감정에 대한 현실을 많이 느끼는 것 같지 않았요. 광주에 있는 대학생들을 오히려 부산에 대해 좋은 감정이나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 부산대로 교류학생을 다녀오고 싶어 하는 마음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었어요. 부산에서는 야구나 5.18, 음식 외에는 광주에 대해 많이 모르는 것 같았어요. 어른들은 지역감정을 갖고 서로를 멀리하고 싫어하지만 실제로 대학생들에게는 많이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9. 대학생으로서 생각하시는 지역감정의 원인을 꼽는다면? 계속 지역감정, 지역감정, 하다 보니 사실 그 실체를 잘 모르면서도 우리 사회에 고착화되어 지역감정이 있다고 느끼며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른들께 들어왔던 경험으로는 정치적인 이유로 지역감정이 조성되었다는 거였어요. 박정희 대통령이 지역개발의 불균형을 조성하면서 호남권의 발전이 더디었고, 전두환 대통령이 5,18 쿠테타를 통해 광주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가면서 다른 지역사람들에게 광주가 기가 세고 반동적인 지역이라고 인식이 된 것 같아요. 계속 그렇게 하다보니 서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져 지금처럼 고착화 되었다고 생각해요.
10. 현재 대학생이라면 지역감정의 뿌리(원인)보다는 열매(결과)를 더 실감하면서 자랐을 텐데, 실제 경험한 지역감정의 실상을 소개해 주신다면?실제 경험한 것은 아무래도 학생 때가 많아요, 선생님들께서 고3때 한창 대학입시에 시달릴 때 영남 쪽 대학을 쓰려고 하는 아이들에게는 항상'영남에 가면 너 고생한다, 차별한다, 아직은 지역감정이 많이 남아있다'라면서 아이들을 설득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러면 괜히 그 실상은 모르지만 두려웠고, 지역감정이 있구나 하고 느꼈죠. 그리고 실제로 선거 때에도 보면 종종 어른들께서'누구 때문에 저 지역이 발전했다, 우리 지역이 발전하려면 우리 지역 출신을 뽑아야 한다.라는 소리를 듣곤 합니다. 그리고 대구에 남자친구를 둔 친구가 있는데 남자친구 할머니께서 이유도 없이 '광주여자'라는 이유로 싫어하셨어요.
11. 앙케이트를 하면서 느낀 지역감정 해소책이 있다면?하지만 대학생이 된 후로는 아주 자연스럽게 종종 그런 발언을 들어도, 머릿속에서 해소가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교수님이나 주변에서 누가 지역감정을 얘기하면 스스로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요즘에는 그렇지 않던데... 하면서 이해하는 식이라고 할까요. 예를 들면 아까 선생님들이 대학입시 때 말씀하셨던 것과는 다르게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호남에서 영남으로 가거나 영남에서 호남으로 온 경우 아무런 문제없이 다들 잘 지내더라고요.
사실 지역감정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에는 인식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요. 주변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경우가 많죠. 해소책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먼저 같은 학교. 같은 지역이라는 것은 그냥 사람과 사람 사이를 묶어주는 공통 관심사라는 것으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같은 연예인을 좋아하면 얘기가 잘 통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그리고 어릴 때부터 가르침을 주는 입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라나는 아이들 앞에서는 항상 발언에 조심성을 둬야 하는 것 같아요. 지역감정이라는 것은 나도 모르게 갖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12. 최근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영호남 화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전남대학교를 비롯한 광주 지역의 분위기는 어떤가요.언론에서는 노무현대통령의 지역감정 해소, 김대중 대통령의 영호남 화해 등을 보도하고 있지만 전 대통령의 서거가 영호남 화합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요. 전체적인 분위기가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서는 매우 슬퍼하지만 지역감정, 영호남 화합, 그 외 다른 정치적인 부분들은 크게 대두되지 않고 있어요. 다만 그 분들이 노력하고 이루려 했던 업적들, 사항들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그 분들을 되돌아 볼 뿐이죠.
그리고 저희는 김대중 대통령 서거가 부산대 학생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고 또 광주 하면 김대중 대통령 서거가 떠오르지 않을까 하고 예상했었는데 부산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더라고요.
"2009년을 사는 대학생, 수 십개 갈림길 앞에 놓여있는 방랑자" 15. 각자 생각하는 '2009 대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