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인터넷회선 감청 등 국정원 감청 실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곽동기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정책위원이 피해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유성호
저는 통일운동단체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통일운동가입니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2000년 10월 21일, 6.15 공동선언 이행을 목표로 출범하였으며 주로 6.15 남북공동선언과 관련된 활동을 진행하며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행정자치부로부터 연구용역을 수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8년간 아무런 문제없이 정부부처와 협력사업까지 하던 저희 단체는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그 처지가 기가 막히게 되었습니다.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이적단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된 사연 졸지에 범죄자가 되어 버린 국가보안법의 방문은 지난해 9월 27일이었습니다.
오전 6시경, 국가정보원의 난데없는 침입에도 놀랐지만 이후 재판과정에서 더욱 기가 막히는 정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던 찰나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국가정보원의 이름으로 진행된 패킷(인터넷 회선)감청이었습니다.
2008년 6월 12일부터 2008년 8월 11일까지 제가 사용하는 저희 집과 제 사무실의 컴퓨터가 접속하는 모든 IP 주소와 접속 내역을 국가정보원이 실시간으로 도청과 감청을 당하고, 제가 사용하는 핸드폰의 모든 통화, 문자 송수신 내역 역시 도청과 감청을 당하고, 저의 모든 사적인 개인대화 내용까지 모조리 감청을 당했습니다. 또한 저의 모든 우편, 서신을 우체국 단계에서 모조리 검열 당하였습니다. 재판과정에서 저는 이 사실을 알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달간 꼼짝없이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된 셈입니다.
국가정보원은 이 감청 행위를 통해 제 지인들의 특성까지 모조리 파악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국가정보원이라는 보이지 않는 귀신이 저희 집에 자리잡고 앉아서 저희 가족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죠.
물론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영원히 사회와 격리시킬 필요가 있거나 무고한 인명의 살상이 명백하게 예견되는 소지가 있는 흉악범의 경우, 추가적인 범죄를 예방한다는 조건에서 철저한 감시는 또 다른 영역의 토론과제입니다.
그러나 저는 공안검찰이 무려 6천여쪽에 달하는 소송서류와 10만여쪽의 증거자료를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허위사실 유포를 포함한 상당부분의 기소사실에서 무죄 취지를 입증받고 그 형 집행을 유예받았으며 7개월만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경미한 사안으로 '경고' 정도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10만여쪽의 증거자료도 그 태반이 지난 10년간 저의 단체가 발표한 글들과 저희 사무실에 있던 서적들이었지 국가정보원의 패킷감청의 결과로 제출된 증거는 고작 이메일로 주고받은 통일논문 1편이었습니다. 이미 외부에 공개되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문서를 '이적표현물'이라며 거부감을 주는 검사측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이건 정말 너무한 것 아닙니까?
무려 2달 동안이나 제 모든 컴퓨터 접속망, 모든 핸드폰 통화 내역, 모든 개인대화 내용, 모든 우편 내역을 모조리 도청과 감청을 해왔는데 그 결과 제시한 증거라는 것이 이미 외부에 공개된 논문 파일 하나 뿐입니다. 이걸 찾기 위해서 시민단체 활동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이 같은 무차별적인 도청과 감청을 진행하였다는 점에서 국가정보원의 행각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도감청 남발은 명백한 기본권 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