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청와대 회동 때 모습. 이 대통령과 이 총재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사이에 또다시 난기류가 흐른다. 이번엔 불신까지 싹텄다. 이 대통령이 1일 한나라당 여성의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심대평 총리지명 무산 사태 막후에 이 총재와 오간 비공개 협의 내용을 흘린 것이 발단이다.
점심자리에 참석한 의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화합형 총리 기용의 일환으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에 '충청권 총리'를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이 총재가 '강소국 연방제'를 약속해달라고 해 없던 일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강소국 연방제 약속'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 결국 일이 어그러졌다는 뜻으로 들린다.
"청와대측이 세종시 원안 추진 거부해 무산"이 총재는 2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충청지역의 현안인 세종(특별)시 건설과 획기적인 지방 분권화를 위해 강소국 연방제 추진을 동의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청와대측이 모두 거부해 심 전 대표의 총리 기용에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말과 달리 세종특별시 추진 여부가 큰 걸림돌이었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두 사안 중) 세종시 문제가 사실은 반드시 약속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청와대 측이 원안대로의 추진이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재는 "그렇다면 (심 전 대표가 총리로 기용된다 해도) 결국 총리 한 사람 지명 받고 세종시 문제를 유야무야 했다거나 (총리직에) 팔아먹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심 전 대표의 총리 지명에 결국 반대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이 대통령이 직접 자신에게 화합형 총리의 하나로 충청권 총리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한 것처럼 전해진 데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중간(전달)자를 통해 심 전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목해서 제의가 왔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청와대 측과의 이런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심 전 대표에게도 얘기를 해줬다"고 덧붙였다.
"MB, 비공개하기로 약속해놓고 먼저 언급"... '부글부글'
무엇보다 이 총재가 부글부글 끓은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비밀에 붙이기로 했던 협의 내용을 이 대통령이 먼저 흘렸기 때문이다. 총리 지명과 관련한 논의 내용은 선진당 내에서도 이 총재와 심 전 대표 외에는 아는 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전날 이 얘기를 의원들에게 해주면서 "주변에 이걸 궁금해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해달라"는 말까지 덧붙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배석했던 박형준 정무수석이 다급히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결국 언론에 알려졌다.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비공개를 약속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언급을 피해왔는데 대통령 자신이 먼저 언급하고 또 이 총재가 되지도 않을 요구를 해서 총리 기용을 방해한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말을 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선진당에서는 이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비공개 약속'을 깬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우리가 심 전 대표 총리설에 대해 '정치공작'이라며 비판하는 데 대해 기분이 나빴던 것 아니겠느냐"며 "거기다 이 기회에 (충청 맹주인) 심 전 대표를 자기 쪽(여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고 의심했다.
"심 전 대표 돌아오라" 복당 요청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심 전 대표에게 두 번에 걸쳐 '복당' 요청을 하기도 했다. 심 전 대표가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만들 조짐이 보이자 이를 경계하는 눈치도 엿보인다.
이 총재는 "심 전 대표도 다시 우리 당에 돌아와서 원래와 같은 화합된 모습을 보이자"며 "이 작은 지역에서 둘로, 셋으로 갈라지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총재는 "총리 기용 같은 일이 없었더라면 이런 사태가 일어났겠느냐"며 "우리 모두 열린 마음으로 화합해서 돌아올 사람은 돌아오고 어려운 난국을 이겨내자"고 거듭 심 전 대표에게 복당 신호를 보냈다.
한편, 청와대 측은 이날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선 "선의로 시작했던 일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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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이회창 "MB, 총리기용 비공개 협의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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