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도 연가시가 있을까...
강기희
이건 상상 속 외계동물인 에이리언?귀뚜라미 몸에서 빠져나온 녀석들, 거실 바닥을 제멋대로 헤치며 움직이고 있습니다. 비는 부실부실 내리지요. 바람은 불지요. 그뿐입니까. 박쥐는 머리 위를 휭휭 돌고 반딧불이는 번쩍거리고… 아, 눈 앞에 펼쳐진 이 괴기한 일은 또 무엇이란 말입니까.
더구나 그 순간 오래 전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인간의 몸 속에서 자라다 끈적한 액체를 몸에 잔뜩 묻히고는 괴기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몸 밖으로 나오는 상상 속의 외계동물인 에이리언… 그 끔찍한 장면이 겹치면서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극심한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손으로 잡을 수도 없을 정도로 무서운 저 녀석들, 대체 저 녀석들은 뭐고 그 정체는 또 뭘까… 에이리언이 실제로 있다는 말인가? 하도 흉측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세상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켬퓨터를 서둘러 켜고는 인터넷 검색창에 '에이리언'을 쳤습니다.
휴, 다행이었습니다. 나를 놀라게 만든 괴물의 정체는 에이리언이 아니고 '연가시'라는 동물이었습니다. 귀뚜라미나 사마귀 같은 곤충의 몸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연가시는 네마토모프(Nematomorph)라고 불리기도 하는 선충이며 일종의 기생충이었던 것입니다. 성충이 되면 그 길이가 2m나 된다고 하니 절대로 귀여운 놈이 아닙니다.
그러나 연가시의 일생은 가히 자연 속의 에이리언이라 할만 했습니다. 녀석은 깨끗한 물에서 태어난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개울에서 실뱀이라며 잡아서 놀던 것이 이제보니 연가시였던 것입니다.
연가시는 물에서 태어나 귀뚜라미나 사마귀 등의 곤충에서 자라다 다시 물로 돌아와 생을 마감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 일련의 과정, 즉 연가시가 어떻게 곤충의 몸으로 들어가고 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는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유충이었던 연가시가 강도래나 날도래 등의 수서 곤충에게 먹혔고, 그것을 다시 귀뚜라미나 메뚜기, 사마귀 등이 먹어 곤충의 몸에 기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하나가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