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연극 '진실을 외쳐라'방송대 학생들이 준비한 인권연극 '진실을 외쳐라'의 마지막 장면
임재성
지난 8월 28일 토요일 4시, 대학로에 위치한 아리랑 극장의 입구에는 이런 A4 용지가 붙어있었다. "인권연극제 '진실을 외쳐라!'" 대학로의 즐비한 연극 포스터에 비한다면 수줍어 보이기까지 하는 흰색 A4 용지 위의 검은 글씨였지만, 어쩌면 이 연극의 본심이 드러난 모습이기도 했다.
방송통신대 학생들의 공연. 반 이상이 태어나서 연극이라고는 한 편 본 적 없는 이들이었다. 대부분 직장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이들이기에 연극연습은 저녁 7시 반이 되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기말고사가 끝난 7월말부터 꼬박 한 달을 준비한 연극. 그러나 이들의 연극은 단지 아마추어의 '학예회'가 아니었다. 이들은 이 연극을 한국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 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헌정하겠다고 말했다. 흰색 위의 검정 글씨는 소박하지만 단단한 '근조' 이자 '약속'이었다.
"진실을 외쳐라"는 미국의 저명한 인권운동가 케리 케네디가 전 세계 51명의 인권운동가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의 원작에 바탕을 두고 있는 목소리 극이다. 존 말코비치, 시고니 위버, 케빈 클라인 등 저명한 배우들이 참여한 이 연극이 미국 50개 주를 돌면서 공연되었을 때 매 회 15분 이상의 기립박수를 받았을 만큼 감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학로에서의 '진실을 외쳐라' 역시 뭉클했다. 인물이 등장할 때 목소리는 말한다. "용기는 하나의 목소리에서 시작된다." 고문과 납치, 탄압을 견디면서 인권을 위해서 싸운 사람들이 진정 원했던 것은 목소리였다.
과테말라에서 납치당했던 수녀 다이애너 오르티스는 말한다.
"날 고문한 사람들은 재판을 받은 적이 없어요. 고문을 지휘한 미국인도 재판을 받지 않았어요. 난 이제 무고한 시민이 심문당하고, 고문당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어요. 어둠속에서 고문을 기다리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어둠속에서 진실을 기다리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그녀는 1996년 백악관 앞에서 자신의 사건에 관한 문서와 함께 1954년 이후 과테말라의 인권유린과 관련한 미국 정부 문서 일체를 공개를 요구하면서 농성을 시작한다. 진실은 그녀의 목소리에서 시작되었다.
코스타리카의 대통령을 지낸 오스카 아리아스 산체스는 주장한다.
"군사기지. 이것은 우리 문명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왜곡되어 있다는 뜻이다. 매년 7천 8백억 달러가 살인도구에 투자되고 있다. 사람을 죽이라고 만든 대포나 전투기에 투자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돈을 인류발전을 위해서 쓸 수도 있다. 만일 앞으로 10년간 그 돈의 딱 5%만 빈곤방지 프로그램에 투자하면 세상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인 사회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대포나 장군이 아니라 학교와 의사가 필요하다고 외친다." 그는 전세계적인 비무장운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평화를 위한 사고의 근본적인 전환 역시 이처럼 하나의 목소리에서 시작했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텍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