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왼쪽)는 지난 6월 5일 방한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을 때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제공
경제대국 일본이 전후 54년 만에 처음으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이로써 1955년 창당 이후 반세기 넘게 집권해온 자민당(自民黨)의 일당 독주체제가 54년 만에 막을 내렸다.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가 절차적 민주주의의 제1조건이라면, 일본은 아시아에서 한국의 뒤를 이어 이제야 비로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셈이다.
8.30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총 480석 중 과반(241석)보다 훨씬 많은 300석 이상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두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31일 <아사히신문> 최종집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308석, 자민당은 119석을 얻었다.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했던 공명당은 21석을 확보했다. 공산당과 사민당은 각각 9석, 7석으로 변화가 없었다.
민주당은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얻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사민·국민당과 합쳐 전체 의석의 3분의 2가 넘는 322석을 얻어냈다. 민주·사민·국민당이 예정대로 연립정권을 구성할 경우, 개헌 정족수는 물론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까지도 중의원에서 재가결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의석수'를 확보한 것이다. 투표율은 69% 안팎으로 잠정 집계됐다.
일본에서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된 것은 1955년 자민당 창당으로 양당 체제가 확립된 이후 처음이다. 또 54년 동안 집권해온 자민당이, 그동안 부침은 있었지만 120석도 안 되는 약체 정당으로 몰락한 것도 처음이다.
'체제 순응적'인 일본 국민, 반세기 만에 변화 선택자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은 개혁정치를 구현하지 못한 집권당에 대한 정치 불신과 경제 불황과 저성장에 따른 중산층의 불만 표출, 사회보장ㆍ고용제도를 포함한 일본 사회의 총체적인 시스템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변화 열망이 맞물린 결과로 평가된다.
정치 불신과 경제 불황의 영향이 가장 컸지만, '체제 순응적'인 일본 국민들이 반세기여 만에 변화를 선택했다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체제 순응적인 일본 국민들이 사실상 '행동하는 민주주의' 역사를 처음 쓴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의해 '주어진 민주주의'를 채택한 일본에서 처음으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가 이뤄짐으로써 세계 경제2위 국가인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등 국가 전반에 걸친 주요 정책들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탈아입구(脫亞入歐) 노선을 추종하는 보수우익을 대변해온 자민당이 몰락하고 민주당이 표방해온 '뉴재팬'(신일본)이 승리함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도 새로운 동반자시대를 여는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