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ㆍ연수 자전거도로 '예견된 불만'

"부평, 타산지석 삼아 제대로 설치"... 현장답사로 방안 모색

등록 2009.08.29 16:57수정 2009.08.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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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남동구와 연수구에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한 후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주민 불만이 팽배한 것. 자전거도로 실시설계를 앞두고 있는 부평에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제대로 된 자전거도로를 설치하자는 분위기가 모아지고 있다.

 

녹색교통 고수하는 인천시…시민들은 '불만'

 

인천시는 자전거도시 인프라 구축을 위해 남동ㆍ부평ㆍ연수권역 등을 설정해 단계별로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고 있다. 더불어 도심 내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는 것이 친환경 교통정책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차로 수와 폭 축소를 통해 자전거도로를 설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속 80㎞ 도로를 60㎞로 낮출 계획이다.

 

이미 자전거도시 선진 국가인 독일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에서는 차량 억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자전거전용도로 설치뿐만 아니라 아예 주요도심 내 일정 구역을 '존30(Zone 30㎞/h, 이 구역에서는 모든 자동차가 30㎞/h이하로 운행해야 함)'으로 지정하고 높은 주정차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인천시보다 강력한 차량 억제정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 역시 녹색교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가용 승용차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인천에서는 승용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구간은 남동구 구월동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앞 자전거전용도로다. 이곳에 자전거전용도로가 만들어지면서 편도 2차선 도로는 1차선으로 줄었다. 때문에 승용차 이용자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게다가 자전거전용도로 설치 취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전용도로에 자전거 이용이 드물어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을 만들었다.

 

인천시가 가장 먼저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한 남구 관교동과 구월동 일대는 인천에서 교통지옥으로 악명을 떨치는 곳이다. 때문에 출퇴근길에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범권역으로 선정된 연수구에서는 새로 설치된 자전거전용도가 울퉁불퉁하게 조성돼 자전거이용자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급하게 설치하려다보니 평탄하게 만들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또한 차로와의 경계를 철 구조물로 만들어 위험한 곳도 발견됐다.

 

연수구 연수동에는 차로를 없애고 자전거전용도로를 애써 만들었지만, 달려야할 자전거가 달리지 않고 승용차가 주차하면서 자전거전용도로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이곳 주민들은 인천시가 탁상행정을 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다소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는 줄 안다. 자전거전용도로 설치와 동시에 차량 억제정책을 실시하는 것 또한 녹색교통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인천시는 최근 지역신문에 직접 기고를 통해 친환경 녹색교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자전거도시, 더디 가도 제대로 가야죠"

 

이미 남동구와 연수구에서 홍역을 치른 터라 자전거전용도로 설치 후발주자인 부평구에서도 불똥이 튈까 염려하는 눈치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앞서 홍역을 치른 탓에 부평구에서는 오히려 제대로 설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여긴다.

 

부평구는 전용도로 설치 구간이 확정된 뒤 현재 실시설계를 앞두고 있다. 부평구 자전거팀은 시민불만을 최소화하는 한편 부평지역에 적합한 전용도로 모델을 찾기 위해 지난 7월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와 공동으로 전용도로를 설치할 구간을 반나절 이상 직접 돌아보며 답사했다. 부평구는 7월에 이어 9월에 2차 현장답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남동구와 연수구에서 발생한 주민들의 불만은 예견된 일이라 할 수 있다. 평상시에도 교통지옥이라 불리는 곳에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 어려운 일인 만큼 중요한 것은 주민과의 소통이다. 하지만 소통은 부재했다. 자전거도시를 지향하는 주민조직이 없었던 것.

 

게다가 시범권역으로 선정된 남동권역은 선정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언덕길인 데다 평소에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이에 비해 부평구는 평지인 데다 자전거도시를 만들기 위한 주민운동이 인천에서 가장 활발하다. 또한 자전거이용자가 가장 많기도 한 곳이다.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 관계자는 "원칙도 중요하지만 안타깝다. 부평에서 먼저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평은 민원을 가장 많이 제기할 상인과도 소통이 될 만큼의 역량을 지닌 주민조직이 있어 보다 수월했을 것"이라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부평구는 더디 가더라도 제대로 해야 하고 반드시 주민참여와 소통 속에 진행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전거전용도로는 차도에 설치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그렇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인도가 넓거나 보행자가 드문 경우 도로 한쪽 또는 인도를 차도 높이로 바꿔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할 수도 있다"며 "도로는 보행자에게 우선하는 것이 맞지만 도로이용자간 조화도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부평구 자전거전용도로 설치 구간 중 가장 어려운 곳은 부평역광장 사거리와 부평역 일대부터 부평시장역 구간 버스정류장이다. 상인들의 이해관계도 얽혀있지만, 대중교통과의 연계성과 버스정류장과 자전거전용도로의 위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평구와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는 9월 2차 답사를 통해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2009.08.29 16:57ⓒ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자전거도시 #자전거전용도로 #인천시 #남동구 #부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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