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엽 성남시장(사진왼쪽)과 김황식 하남시장이 지난 19일 성남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두 자치단체의 통합을 발표하고 있다.
시티뉴스 제공
경기지역 6개 소권역 통합 추진정부가 2014년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성남시와 하남시를 비롯한 경기지역 일부 기초자치단체들이 최근 사전에 주민들의 여론수렴이나 인접 자치단체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들의 이런 움직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이후 잇따르고 있어 '청와대와 코드 맞추기'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 등을 의식한 정략적 '노림수'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경기지역에서 통합이 거론되고 있는 곳은 성남-하남, 안산-시흥, 남양주-구리, 의정부-동두천-양주, 안양-의왕-군포, 수원-오산-화성 등 6개 소권역에 이른다.
이 가운데 성남-하남은 지난 19일 통합을 전격 선언해 성사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남과 하남의 통합이 성사될 경우 면적 234.81㎢에 인구 116만명, 재정규모 2조 8000억원의 거대 통합도시로 몸집을 불리게 된다.
이대엽 성남시장과 김황식 하남시장은 이날 성남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두 자치단체의 통합을 발표하고,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들은 공동 발표문을 통해 "현재의 행정구역이 시대적, 물리적 환경변화를 외면한 채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라며 "자율적 대통합을 이뤄 쾌적한 환경과 첨단정보가 어우러진 명품도시로 비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백제 위례성으로부터 1000여 년 동안 한 울타리에서 생활해 온 성남·하남·광주시가 서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면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통합선언에 광주시는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지리적·역사적으로 성남과 하남의 중심지인 광주시가 통합에 불참함으로써 사실상 두 도시의 통합은 그 의미가 퇴색됐다는 게 중론이다.
같은 날 조억동 시장은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행정구역 통합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해도 시민의 공감대 형성과 동의 없이 추진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조 시장은 따라서 "각계의 여론수렴을 거쳐 시민의 공감대 형성과 합의가 이루어진 뒤 시민중심의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는 조 시장의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안산시장 "시흥시와 통합 추진", 시흥시장 "사전 협의 없었다"성남-하남의 통합선언이 나온 다음날 박주원 안산시장도 시흥시와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김윤식 시흥시장은 "사전에 어떤 협의도 없었다"면서 "통합은 시민의견 수렴과 시의회와 협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동두천·양주시와 통합을 원하고 있는 김문원 의정부시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시의회 의장 등과 사전 모임을 갖고 9월 12일 오후 양주 문화회관에서 통합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주시와 동두천시는 의정부시의 통합 구상에 대해 유보적이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3개 도시의 통합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에 앞서 이석우 남양주시장은 지난달 초 구리시와 통합의사를 밝혔으나 박영순 구리시장은 "주민의 뜻을 확인해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밖에도 수원-오산-화성시, 안양-군포-의왕시의 통합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 자치단체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자제한 채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경기지역 일부 자치단체들은 동일 생활권과 역사성, 통합의 시너지 효과 등을 내세우며 인접 자치단체와 통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사전에 지역 주민들의 의견수렴이나 인접 자치단체들과 협의 등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합구상을 발표하면서 반작용도 적지 않다. 특히 시장들끼리 통합에 합의한 성남과 하남의 경우 시민사회의 비판과 반대기류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앞으로 두 도시의 통합을 본격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성남·하남의 통합선언 이후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절차를 무시한 성남시․하남시 행정구역 통합 추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