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만찬마지막 외부 만찬은 지난 5월 18일 저녁 방한한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하얏트호텔 양식당에서 가진 만찬이었다. 두 사람은 '오랜 친구'처럼 각별한 사이였다. 사진은 김대중도서관에 보관된 클린턴 친필편지.
김영균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내한한 길에 나를 초청하여 만찬을 같이 했다. 언제나 다정한 친구다. 대북정책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나의 메모를 주었다. 힐러리 국무장관에게 보낼 문서도 포함했다. 우리의 대화는 진지하고 유쾌했다."김 전 대통령 서거 후인 지난 8월 23일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희호씨에게 위로의 전화를 해 "5월 18일 당시 김 전 대통령께서는 저에게 미국의 정책을 좀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하셨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클린턴은 북한을 전격 방문해 억류된 여기자들을 데려왔다.
마지막 읽은 책은 만화 <조선왕조실록>... 마지막 국내여행은 고향길 '수구초심'김 전 대통령은 '책 읽는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감옥에 다시 가야겠다'는 농담을 할 만큼 평생에 걸쳐 애서가이자 독서가였다. 최경환 비서관은 "대통령님께서는 건강이 여의치 않고 눈도 침침해지셨지만 서재나 침실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안타까운 마지막 독서의 순간을 전했다.
그가 입원하기 전까지 마지막으로 읽은 책은 <제국의 미래>(에이미수나, 비아북), <오바마 2.0>(김홍국, 나무와 숲), <조선왕조실록>(박시백, 휴머니스트) 3권이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은 대하역사만화로 총 14권 중 4권 '세종-문종실록' 부분을 62페이지까지 읽었다. 4월 4일자 미공개 일기에는 "박시백 화백이 만화로 그린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있는데 재미있고 참고가 된다"고 적었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지인들과 여러 곳의 요청으로 많은 휘호를 썼다. 주로 '경천애인(敬天愛人)', '사인여천(事人如天)', '실사구시(實事求是)', '行動하는 良心' 등의 글귀를 한자로 썼는데 미국 망명 중에는 휘호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휘호를 써 넣은 도자기를 만들어 국내외 인사들에게 선물로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쓴 휘호는 4월 24일 하의3도 농민운동기념관에 보낸 휘호다. "하의3도 농민운동기념관"을 한자로 써서 보냈는데, 이 휘호는 지금 하의도 기념관 건물 전면에 새겨져 있다. 고향 주민들이 일제 치하의 수탈에 항의해 벌인 농민운동을 기린 기념관에 보낸 이 휘호가 생애 마지막으로 쓴 휘호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었을까? 김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24일(금) 고향 하의도를 14년 만에 방문했다. 그는 하의도에서 선영을 둘러보고, 하의3도 농민운동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고, 모교인 하의초등학교와 덕봉서당, '큰바위 얼굴' 등을 둘러보았다. 이 고향방문이 생애 마지막 국내여행이었다. 그는 이날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