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처마 밑에서 대롱거리던 보리쌀바구니, 옛날에는 냉장고 대용으로 사용했다.
조찬현
옛날 천덕꾸러기 꽁보리밥이 이제는 귀한 대접을 받는 세상이 되었다. 그 시절에는 워낙 귀해 특별한 날에만 구경했던 쌀밥이 이제는 푸대접이다. 가족끼리 둘러앉아 도란거리며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는데 보리밥만한 음식도 없을 것이다. 추억할 수 없을 정도의 아련한 세월까지도 꽁보리밥 속에서 솔솔 피어나고 있다.
"야~ 진짜 꽁보리밥이네!""이집 보리밥으로 꽤나 유명한 집이에요.""별미 보리밥이라~ 이거 정말 구미 당기는데.""맛이 어때?"송죽회관, 그러고 보니 언젠가 한번 다녀갔던 집 같다. 어쩐지 분위기가 낯설지 않다. 아내는 몇 해 전 가족모임을 가졌던 곳이라고 했다. 여수에서 출발하여 전남 담양의 창평IC를 빠져나오자 왼편에 자리잡고 있어 찾기도 수월했다.
전원적인 이미지에 제법 운치가 있다. 실내는 고기 굽는 냄새로 가득하다. 청둥오리와 보리밥 전문점이다. 보리밥은 1인분에 7천원이다. 여느 집과 달리 값이 약간 높은 걸 봐서는 뭔가 다른 게 있나 싶어 한편으론 내심 기대도 되었다.
대바구니 가득한 푸성귀가 주인의 심성을 짐작케 했다. 열무, 풋고추, 상추, 깻잎이 정갈하게 담겨 있다. 상이 차려져 나오기까지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잠깐, 삼베를 깐 대바구니에 담겨져 나온 꽁보리밥을 보는 순간 "그래 여길 오길 잘했어, 탁월한 선택이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꽁보리밥에 한 쌈... 스르르 밀려드는 행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