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민박에서의 하룻밤. 한옥마루에 걸터앉아 도란도란 얘기 나누다 보면 행복이란 이런 것인가보다 싶다.
이돈삼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개별한옥은 취사를 방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마을에서 난 남새와 버섯 등을 버무린 시골밥상을 받고 싶다면 따로 해주기도 한다. 밥상의 김치가 맛있으면 김치를, 된장국이 맛있으면 된장을 얻거나 사가기도 한다. 마을사람이 사는 한옥에서 하룻밤을 묵은 여행객들은 대개 처음에 꺼리다가 금세 친해져 외갓집에 온 것처럼 편해진다는 게 최상용(61) 마을이장의 귀띔이다.
공동한옥은 한켠에 있는 공동취사장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취사장 안에서 식사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한 나들이인데…. 한옥마루에 돗자리를 폈다. 취사장에서 씻은 쌀을 냄비에 담아 휴대용 가스렌지에 올려놓고, 아이들과 함께 야채를 씻는다. 한쪽에선 삼겹살이 지글지글, 컵에는 소주와 음료수도 한잔씩 채워졌다.
모기도 그다지 없다. 아이들이 상추에 깻잎을 포개고 삼겹살 한 점, 고추와 마늘 한 조각에 된장까지 얹어 "엄마! 아∼, 아빠! 아∼"하며 입안에 넣어준다. 점심을 건너 뛴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금세 밥 한 그릇을 비우고 한 숟가락씩 더 먹는다. 궂은 날씨 탓에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없었지만 계곡물소리 들으며 한옥마루에서 밥 먹는 게 운치 있다. 시멘트로 지은 리조트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색다른 기분이다.
설거지를 하는 사이, 샤워를 끝낸 아이들은 MP3에 스피커를 연결시켜 음악에 심취한다. 텔레비전의 역사드라마도 한 편 본다. 아이들의 관심은 남장을 한 덕만(훗날 선덕여왕)의 앞날에 모아진다. 드라마가 끝나는가 싶더니 채널을 돌려 다른 오락프로그램에 시선이 멈춘다. 모기향 하나 들고 나와 아이들 엄마와 정자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 나누는데, 구름에 가려졌던 달이 살짝 얼굴을 내민다. 밤이 깊어간다. 이런 게 사는 재미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