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엄수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영결식에서 장남 김홍일 전 의원, 부인 이희호씨,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가 묵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MB가 잘한 일 중에 2위로 꼽힌 것이 고(故) 김대중 대통령 국장 수용이다. 26.8%다. 호남에선 51.3%로 조사됐다. MB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20대와 학생층, 진보성향에서 DJ 국장 수용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3위로 꼽힌 것이 18.7%의 북한 조문단 접견이다. 결국, MB의 지지도 상승에는 단순히 보수층의 결집이나 영남권에서의 강세 차원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지지기반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데이터로는 잡히지 않지만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지역주의다. 최근 지역주의를 추동하는 유의미한 사건이 없지 않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보인다. 지난 5월 23에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했다. 노 전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에 일생을 걸었다. DJ 대통령은 8월 18일 서거하기 전에 37일간 병원에 있으면서 뉴스의 초점이 됐다. DJ는 지역주의란 단어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8월 15일 MB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역주의 해소를 언급했다. 일단 이걸 기억해 두자.
주지하듯, MB는 지난 대선에서 수도권에서 압승했다. 대선 역사상 1963년 5대 대선에서 윤보선 후보가 수도권에서 61.1%를 얻은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KSOI 8월 조사에서, MB 지지도가 저점이었던 6월에 비해 많이 오른 지역은 강원·제주다. 31% 포인트 올랐다. 그 다음은 19.9% 포인트 오른 PK다. TK에서도 17.7% 포인트 상승했다. 이 결과와 앞의 사건 흐름을 연결시키면 이렇게 된다. 결국 노 전대통령 사망 이후 DJ 국장까지 국면에서 잊혀졌던 지역주의란 단어가 새삼 환기되면서 지역정서가 조용히 일어났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번 KSOI 조사를 보면, 수도권에서도 MB 지지도가 많이 올랐다. 6월 대비 서울은 15.3% 포인트, 경기·인천에서 15.9% 포인트 올랐다. DJ 국장 수용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는 호남에서 12.6% 포인트 올랐으니, 수도권의 상승폭에 대해서도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허나 충청권이 고작 5.3% 포인트 오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친여성향, 보수성향, 지역정서 등으로 설명이 되는 다른 지역과 달리 수도권의 상승은 다른 맥락이다.
지난 대선을 전후한 EAI 패널조사 자료를 분석한 강원택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이나 충청 출신들은 호남에 거주하는 호남·충청인들보다 MB를 훨씬 많이 지지했다. 예컨대, MB에 대한 지지에서 호남 거주자는 13.8%, 충청 거주자는 45.9%인데 비해 호남 출신의 비호남 거주자는 27.2%, 충청 출신의 비충청 거주자는 61.5%였다.
수도권에서 MB 지지율이 상승한 비밀은 '신지역주의'정책 수요도 좀 달랐다. 충청과 호남 거주자는 선거이슈 중에서 고용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나, 비충청·호남 거주자는 부동산 문제를 제일 높게 쳤다. 이것은 '출신'지역에 따른 지역주의가 아니라 '거주'지역에 따른 지역주의가 등장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여기에 수도권에서의 MB 지지율이 상승한 비밀이 있다.
지역주의가 출신이 아닌 거주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신지역주의'라 할 수 있다. 구지역주의가 출신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에 좌우된다면, 신지역주의는 거주 지역을 대변하는 정책에 민감하다. 신지역주의의 핵심은 수도권이다.
강원택에 따르면 호남출신 비호남 거주자 중에서 81%가, 충청출신 비충청 거주자 중에서 86%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PK의 경우는 69%, TK는 50.4%였다. 인구, 산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이다 보니 권역별로는 정책대상 규모가 제일 크다. 수도권에 많이 모여 있는 자영업이나 비정규직, 저소득층은 특성상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수도권 보수화'를 형성한 저류(底流)다. 이처럼 하나의 독자적인 이해와 정서를 갖는 지역단위로서 수도권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수도권은 민주주의에 대한 지향도 강하다. MB 정권 출범 이후 수도권은 강부자, 고소영 등 개각파동, 촛불정국, 입법전쟁, 노 전대통령 서거 등의 시점에서 전국 평균보다 낮은 MB 지지도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도권이 이탈할 만한 민주주의 관련 이슈가 없었다. 미디어법 강행처리 기억은 휴가철과 DJ 서거 때문에 묻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대응이 강한 소구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MB가 벤치마킹하는 클린턴 성공의 진정한 비밀은 따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