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계단·복도 무단으로 들어가도 주거침입죄

대법 "공동주택 계단과 복도,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부분"

등록 2009.08.26 17:13수정 2009.08.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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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자의 의사에 반해 아파트와 빌라 등의 공용 계단이나 복도에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로 처벌받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26일 처음으로 나왔다.

대법원은 주거침입죄에 있어 주거는 단순히 가옥 자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원 등도 주거침입의 대상으로 판단해 왔다.

이번 판결은 주거침입의 범위를 복도와 같은 공용부분까지 확장한 것으로 앞으로 불법 채권추심자 등 현관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진○(45)씨는 작년 10월 13일 오후 5시경 동료가 망을 보고 있는 사이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빌라에 대문을 열고 들어가 계단으로 빌라 3층으로 올라가 김○○씨의 현관문을 두드리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마침 창문을 통해 진씨의 행동을 보고 있던 김씨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신고해 진씨는 경찰에 붙잡혀 구속 기소됐다.

1심인 서울서부지법 형사5단독 정인재 판사는 지난해 12월 진씨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해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이에 진씨가 "계단에 들어선 것만으로는 주거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소했고, 항소심인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언 부장판사)는 지난 4월 1심 판결을 깨고 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빌라의 시정돼 있지 않은 대문을 열고 들어가 계단으로 빌라 3층까지 올라가서 그곳의 문을 두드려 본 후 다시 1층으로 내려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러한 행위만으로는 피고인이 침입을 위한 구체적인 행위를 시작했거나,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을 침해할 객관적인 위험성을 포함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26일 동료가 망을 보는 사이 빌라 3층까지 올라가 현관문을 두드려보고 나온 진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서울서부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다세대주택·연립주택,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함께 사용하는 계단과 복도는 각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딸린 부분으로, 거주자들에 의해 일상생활에서 감시·관리가 되므로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빌라 대문을 열고 계단으로 들어간 행위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 것이라면 주거침입이라고 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라 대문 내부에 있는 공용 계단이 주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속단한 나머지 그곳에 들어간 행위를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주거침입죄 #복도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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