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고 있는 모네(Claude Monet Reading A Newspaper)1872,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Renoir
위 두 그림은 르누아르의 그림으로는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첫 번째 그림은 자매로 보이는 두 소녀가 머리를 맞댄 채 책을 읽고 있는 다정한 모습이 참 정겹고 따듯하게 묘사되었습니다. 이 가을 날에, 햇빛 바른 따듯한 처마 밑에 나란히 붙어 앉아 책을 읽는 모습 같기도 하고,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듯한 감흥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종이 활자를 읽는 따듯한 마음과 감흥이 전해지는 그림 아래 두 번째 그림은 담배 파이프를 문 채 신문을 읽고 있는 모네의 여유로운 한 때를 시원하고 신선한 색채감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파이프의 담배 연기에 살아 흔들리는 듯한 운동성을 부여하고 있어서, 시간의 흐름과 생명력을 실감케 하는 그림입니다. 또한 매우 사실적이어서 르누아르가 오랫동안 모네의 자태와 손동작, 생김새 등 그의 습관을 면밀히 관찰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모네와 르누아르의 교류와 소통은 더 각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외에도 르누아르가 남긴 작품 가운데에는 "아르장퇴유 정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네"와 같이, 모네가 모델로 등장하는 그림을 몇 점 더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서로의 창작에 깊은 영향을 주고 받았으며, 생전에 서로 잦은 소통으로 그림에 많은 영향을 주고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화가였던 그의 초기 작품들을 살펴보면, 특히 반짝이는 색채와 빛으로 가득 차 있으며, 현실 생활의 단편을 그린 전형적인 인상주의 그림들입니다. 그러나 1880년대 중엽부터는 인상파와 결별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상화나 인물, 특히 오늘 소개하는 여인을 소재로 한 위 그림들에서 보면, 조금 더 엄격하고 형식적인 기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르누아르의 말년에는 "목욕하는 여인들(1898-9)"처럼 누드화를 많이 그렸습니다. 이런 후기작품에서 보면, 고전 미술에 대한 관심과 인상주의의 붓질을 결합해 햇빛에 따라 변화하는 여인의 피부색을 묘사합니다. 그는 모델의 아름다움에서 그림에 대한 영감을 얻었으며, 빛을 잘 받는 피부의 여인을 가정부로 고용해 모델로 삼기도 하였습니다.
르누아르만의 독특한 화풍이 기대되는 말년의 누드 그림들그의 누드 그림은 18세기 로코코 회화의 풍부한 관능성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일레르 제르맹 에드가
드가(Hilaire Germain Edgar Degas, 프랑스, 1834-1917)의 작품과는 좋은 대조를 이루며, 르누아르의 누드는 실제와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르네상스의 전통'을 계승하는 성적인 대상들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르누아르의 목욕하는 모습을 담은 이런 누드 관련 그림들도 기획 중에 있으므로 기대바랍니다.
위 르누아르의 그림들을 볼 때, 읽고 있는 그 것이 활자로 된 종이책이든, 그림이 주가 된 만화나 그림책이든, 또는 그것이 신문이든 잡지책이든 아날로그적인 종이책은 늘 곁에 둘 수 있어 좋습니다. 또 혼자이든 형제, 재매나 친구와 함께이든 늘 손에 가지고 다닐 수 있고, 마음의 풍요와 여유까지 함께 안겨주는 것이 바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 보면, 책을 읽는 풍경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합니다. 컴퓨터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영상이나 움직이는 그림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실용주의 이야기"란 블로그를 꾸리고 계신 한 독자는 하루쯤 휴가내어 뒹굴며, 실컷 책을 읽고 싶다고도 하셨고, '동대문구정보화서도관' 블로그를 꾸리시는 한 독자는 한 달에 하루만이라도 독서휴가를 받고 싶다는 희망을 얘기하십니다.
저도 올 독서 목표를 돌아보면서 그것이 무엇이든 디지털 화면이나 아날로그적인 활자를 통하여 올 남은 한 해에도 욕심을 내볼까 합니다. 오늘 르누아르의 그림을 통하여 올 연말의 후회없는 "책읽기"를, 다양하고 풍요로운 책읽기를 다짐하고 결심해 봅니다. 이 여름과 가을의 사이에서 활자의 풀숲을 뒹굴거나 산책하듯 맨발로 걸어보는 것은 어떨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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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전시 안내 :
전시명 : 행복을 그린 화가-르누아르전
기 간 : 2009년 5월 28일 ~ 9월 13일
장 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문 의 : 1577-8968
티켓가격 : 성인 12000원, 청소년 10000원, 어린이 8000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와 초하뮤지엄.넷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르느와르의 아래 그림들과 소개, 약력은 "Olga's Gallery(르누아르)"와 "The Art Renewal Center(르누아르)", "브리태니커사전"과 "Auguste Renoir Gallery", "towooart", 그리고 "천년의 그림여행(스테파노 추피 지음, 예경)", "주제로 보는 명화의 세계(Alexander Sturgis 편집, Hollis Clayson 자문, 권영진 옮김, 마로니에북스)"의 내용을 참고하였으며, 번역하여 종합,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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