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금융상품에도 거래세 부과될까?

이혜훈 의원 등 증권거래세법 개정안 발의

등록 2009.08.25 10:20수정 2009.08.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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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선물거래법이 제정됨에 따라 다음해인 1996년 5월부터 선물과 옵션 등 장내파생금융상품의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후 파생금융상품시장은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선물산업협회(FIA)에서 2008년도 주요 지수선물·옵션의 거래량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옵션시장에서 1위, 선물시장에서 7위를 기록했다. 특히 파생상품시장의 과열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현/선배율'(선물거래대금/현물거래대금)에서 한국은 4.8배(2008년도)로 미국(1.62배)이나 일본(0.74배)보다 훨씬 높았다. 그만큼 파생금융상품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얘기다.

비약적인 파생금융상품시장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파생금융상품의 거래에는 '비과세' 정책이 계속 유지돼왔다. 정부도 이러한 비과세정책이 파생금융시장의 확대를 가져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적절한 과세'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파생금융상품이란 외환, 주식, 채권 등의 가격변동에서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만들어진 상품으로 선물, 옵션, 스왑 등이 대표적이다. 자금조달보다는 투기수단으로 많이 이용됐다. 1995년 영국 최대금융그룹 베어링스은행 파산이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등이 파생금융상품과 직결돼 있다. 

"조세회피 방지, 과열투기 억제 등을 위해 거래세 도입"

한국조세연구원의 2008년도 정부용역보고서('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방안 연구')는 "(파생금융상품) 시장의 성장에는 파생금융상품의 거래에 대한 비과세 정책도 크게 기여하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전세계적으로 볼 때 KOSPI 200 정도의 거래량을 보이면서 파생금융상품에 소득세나 거래세의 형태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많지 않다"며 "현물시장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더라도 파생금융상품시장에만 아무런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복지 재정 등 향후 재정수요를 감안하더라도 새로운 세원의 발굴이 필요하다"며 "국제적으로 볼 때 양도소득세의 형태로 과세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지만 현물시장에서 양도차익과세를 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거래세 도입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 25일 파생금융상품에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 발의에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권영길·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도 참여했다.


이 의원은 개정안 발의 배경과 관련 "국내 현물시장의 증권거래에 거래세가 부과되는 것과 달리 현재 파생상품에는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거래세를 부과함으로써 조세의 형평성을 기하는 한편, 파생상품을 이용한 조세회피 방지, 파생상품시장의 과열투기 억제, 새로운 세원 확보 등을 도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거래세를 부과하는 대상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파생상품'으로 제한하고, 파생상품의 과세표준의 경우 선물은 약정금액, 옵션은 거래금액으로 규정했다. 또 세율은 현물시장와 똑같이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생금융상품에 거래세를 도입할 경우 ▲거래비용 증가로 인한 시장 위축 ▲해외시장으로 거래 유출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이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다양한 파생상품 가운데 대통령이 정하는 상품에 한해서 정부가 증권거래세 이하의 낮은 세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우려를 해소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시행 초기 KOSPI 200 지수와 같이 거래규모가 크고 한국증권거래소가 배타적 권리를 보유한 상품에 한해 거래세를 부과하면 해외시장에서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파생상품과 유사한 상품이 출시되기 어렵기 때문에 거래의 해외유출이 발생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시행초기에는 상당히 낮은 수준의 세율을 적용하고 향후 단계적으로 시장상황에 따라 현실화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거래세법 #이혜훈 #파생금융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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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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