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아내는 햇볕에 잘 마른 지리멸을 박스에 담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조찬현
어부의 아내는 햇볕에 잘 마른 지리멸을 그물에 담아와 손질하고 있다. 한 박스씩 담아 저울눈금을 확인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지리멸 상품 1.5㎏ 한 박스 경매가격이 2만7천원(8월18일 경매가)이다. 매일 시세는 달라진다.
- 지리멸이 삼삼하니 좋네요.
"간이 잘 맞아야 돼요. 요즘 사람들은 다 먹어 보고 사요."
지리멸은 투명하고 흰색이나 파란색이 살짝 도는 게 좋아 세멸이라고도 불리는 지리멸은 그 크기가 1.5㎝ 이하의 아주 작은 멸치다. 멸치는 맛이 짜지 않고 은근한 단맛이 있어야 좋은 멸치다. 작은 멸치는 투명하고 흰색이나 파란색이 살짝 도는 게 좋으며 중간 크기의 멸치와 큰 멸치는 맑은 기운이 돌고 은빛이 나는 것이 상품이다.
어부는 점심 한술을 뜬 후 움막에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노곤한 육신을 누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진막골 어부의 움막에는 시원스런 해풍이 간간이 스치고 지나간다.
피로를 낮잠으로 툭툭 털어낸 후 어부는 바다로 나선다. 어부는 하루 전 그물을 쳐놓았다며 물때에 맞춰 그물을 걷어오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작은 바지선을 당겨 배에 올랐다. 서광호(1.75t)는 하얀 포말을 뒤로 한 채 쏜살같이 어장을 향해 달렸다. 어느새 갈매기 무리가 배 주위로 날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