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부인 이희호씨와 유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안장식이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인동초'가 흙으로 돌아갔다. 현대 정치사의 거목 김대중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가족들의 애도 속에 '영원한 안식'을 취하게 되었다.
이날 운구행렬은 오후 4시 56분께 서울현충원에 도착해 안장식이 엄수됐다. 안장식은 영결식과 마찬가지로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의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천주교의식은 고인과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던 함세웅 신부가, 개신교의식은 역시 고인과 함께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때 공범으로 몰려 고초를 겪었던 이해동 목사가 집전해 눈길을 끌었다. 불교는 조계사 주지 세민 스님이, 원불교는 이선종 서울 교구장이 집전했다.
부인 이희호씨의 눈에선 눈물이 그칠 줄 몰랐다. 고인의 영전에 다가가 마지막으로 헌화·분향할 때에는 흰 국화를 든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묵념 뒤에 돌아서자마자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또 장남 김홍일 전 의원 내외를 비롯한 가족들과 국민의 정부 장차관-수석비서관, 그리고 권노갑 등 동교동계 비서진, 김대중평화센터 및 김대중도서관 식구 등의 헌화·분향이 계속됐다.
이어 고인은 가족들의 흐느낌 속에 부인 이희호씨의 편지를 비롯한 네 가지 선물, 태극기, 나고 자란 고향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흙과 함께 영면에 들어갔다.
먼저 김 전 대통령의 관이 묘소 안에 놓인 후 상판이 덮였다. 이희호씨가 연신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김 전 대통령의 관위에 카네이션을 올린 후 유족들이 헌화했다. 관 속에는 김 전 대통령의 손수건과 성경, 이희호씨가 쓴 마지막 편지, 김 전 대통령의 생애가 담긴 지석이 김 전 대통령과 함께 했다.
이후 오후 6시 28분경 허토 의식이 열렸다. 허토는 봉분하기 앞서 흙을 관위에 뿌리는 절차다. 이희호씨가 제일 먼저 관 위에 삽으로 한 줌 흙을 뿌린 후 유가족들이 허토했다. 이어 내빈과 조객들의 허토가 이어졌다. 특별히 김 전 대통령이 나고 자란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가져온 흙 한 줌이 같이 뿌려졌다. 허토를 마친 이희호씨는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종이로 입을 막은 채 조용하게 흐느꼈다.
이어 국군 의장대가 발사한 21발의 조총례와 참석자 전원의 묵념을 끝으로 김 전 대통령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묘역에는 '제15대 대통령 김대중의 묘'라고 새겨진 비석이 나무로 임시 제작돼 세워져 있다. 이 비석은 추후에 화산암의 일종인 '오석'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국립현충원 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