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교 위를 달리는 열차
이승철
그런데 참으로 오랜만에 해본 견지낚시는 도대체 손맛을 볼 수가 없었다. 흐르는 강물에 낚시를 띄우고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작은 피라미 한 마리 낚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세월을 낚는 강태공도 아니어서 헛손질의 무료함을 달래기도 쉽지 않았다.
"피라미가 그렇게 어수룩한 줄 아세요? 그런 가짜 파리미끼로는 어림도 없어요"
"가게에서는 그냥 하면 된다던데요? 그럼 미끼로 뭘 써야 되죠?"
"자, 보세요, 피라미는 이런 구더기를 좋아하거든요"
휴전선 너머 북녘 땅에서부터 흘러내리는 경기도 연천에 있는 한탄강에서다. 높다랗게 철교와 일반다리 두 개가 가로지른 다리아래를 흐르는 맑은 강물에는 평일인데도 낚시꾼들이 10여명이나 견지낚시를 하고 있었다. 수량도 적당하고 물이 흐르는 속도도 견지낚시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낚시를 물에 띄우고 아무리 정성을 기울여도 피라미가 걸려들지 않았다. 그렇게 고기는 낚아 올리지 못하고 한 시간여 동안 헛손질만 하노라니 배만 고프다. 하릴없이 낚시를 내려놓고 소주와 막걸리를 곁들인 점심을 배불리 먹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낚시에 나섰다. 그런데 고기가 물리지 않기는 여전히 마찬가지다. 조금 떨어진 아래쪽에서 노인 한 분이 낚시를 하는 모습이 바라보인다. 멀리서 보기에도 가끔씩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것 같았다.
가짜 미끼로 물고기를 낚겠다고?가까이 다가가자 견지낚시를 하는 노인은 피라미를 잘도 낚아 올리고 있었다. 노인의 낚시 솜씨에 반하여 구경하다가 잠깐 쉬며 간식을 먹기로 했다. 고기가 잡히지 않으니 허기만 진다. 친구들은 애꿎은 술만 많이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