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맡은 성백두 씨사회를 맡은 성백두(52세)씨도 단원들과 같은 동기인데,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하는 분이라서 말솜씨가 참으로 좋더군요.
손현희
사회를 맡은 성백두씨의 거침없는 말솜씨와 함께 팡파르를 울리면서 공연을 시작했어요. 드디어 우리 77밴드의 첫 꿈이 이루어지는 찰나입니다. 한 마을에 스무 남짓 되는 집, 50명쯤 되는 마을 분들이 한데 어울려 우리 연주에 맞춰 손뼉을 치며 흥겨운 자리가 이어집니다. 공연 첫 곡으로 <장윤정 트위스트>를 부르며 내가 마이크를 잡았는데, 나한테도 이런 공연은 처음인지라 몹시 떨리면서도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흥이 나고 신이 납니다.
노래를 부르며 봉사할 수 있다는 게 좋아서 제 발로 찾아와 함께 단원이 된 박보배씨와 지역 가수 김영철씨, 나, 이렇게 세 사람이 번갈아가며 노래를 스무 곡 쯤 불렀습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틈틈이 마을 분들 노래자랑도 곁들였지요. 가끔 노래나 연주가 매끄럽지 못하고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준비한 모든 곡을 너끈하게 해냅니다. 그동안 날마다 밤늦도록 연습하며 애쓴 보람이 느껴지고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흥겨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니 어찌나 고맙고 즐겁든지석거실 마을 분들 평균나이를 대충 따져보니, 67~70세쯤 되겠더군요. 젊은 사람이라야 50대가 두셋 보일 뿐이예요. 그런데도 공연하는 내내 얼마나 흥겨워하는지 그 열정은 젊은 사람 못지 않더군요. 노래솜씨도 놀랍고 요즘 최신곡도 거뜬히 부르십니다. 우리들도 어르신들과 한데 어울려 춤을 추고 그 분위기에 휩싸여 한바탕 신나게 놀았답니다.
어르신들 가운데 그나마 젊은 축에 드는 분들도 처음엔 쑥스러운 듯 저기 뒤에서 가볍게 몸을 흔들며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어요. 단원 가운데 어떤 분이 가서 일부러 모시고 와서 노래를 시키니 이내 분위기가 확 살아나곤 했지요. 마을 분들 노래가 끝나면 작은 선물을 하나씩 나눠드렸는데, 선물이라곤 치약, 비누, 고무장갑 따위 보잘 것 없는 것이지만 어르신들은 무척 고맙게 여기고 좋아하셨어요.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참으로 고맙더군요. 우리 77밴드 또한 아직은 서툴고 어설프지만 마을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니 매우 뿌듯했어요.
거의 4시간에 걸친 공연 막바지엔 이 마을에서 공연을 하게 해준 김영주씨 어머님을 모시고 <부모>라는 곡을 불렀어요. 어느새 어머님 눈가엔 촉촉하게 이슬이 맺힌 듯했고, 어르신들은 하나 같이 우리가 이렇게 와서 공연을 하며 한바탕 즐겁게 놀아준 게 참으로 고맙다면서 인사말씀도 아끼지 않으셨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단원과 마을 사람들이 한데 손을 잡고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합창하며 공연을 마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