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헌화를 마친 추모객이 눈물을 흘리며 나오고 있다.
유성호
[저녁 7시 38분] "보내드릴 준비가 아직 안 됐는데 돌아가시다니..."퇴근 시간이 지나면서 분향소는 시민 조문객들의 발길로 분주해지고 있음. 일부 시민들은 분향을 마치고 서울광장 잔디밭에 모여앉아 막걸리를 나눠 마시기도 하는 등 보통의 장례식장 같은 분위기임.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분향 행렬에 동참하고 있음. 외국인들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독재와 싸우고 남북 관계를 진전시킨 정치인, 노벨 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있었음.
프랑스인 Gael(37)씨
"두 달 전 베를린 장벽에 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는 사진을 봤다. 분단문제 등에 유럽인들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것도 안다. 프랑스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개인이 없다. 친구가 김 전 대통령이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다 고문으로 몸이 불편해졌다는 일 등을 말해줘 알고 있다. 오늘 분향소에 와 보니 한국 사람들이 그를 많이 사랑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뉴질랜드인 대니얼 라프넨(34)씨
"호텔(서울 프라자)에 머무르다 나와 봤다. 무슨 일이 있어 보여서, 누가 죽은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기자의 얘기 듣기 전까지) 몰랐다. 한국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김대중이란 이름은 들어봤다. (많은 사람들 모인 걸 보니) 그가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지도자인 것 같다. 남북관계 진전 등 훌륭한 업적을 남긴 것으로 알고 있다."
배우 정석용씨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 분향했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런 거는 쑥스럽다, 그냥 지나가다가 들렀다"고만 말함.
슬픔을 이기지 못해 오열하는 시민들도 눈에 띔.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시민 최선여씨는 인터뷰 내내 눈물을 쏟음.
"역사의 현장을 기억하기 위해 자녀를 데리고 왔다. 대한민국에 이런 원통한 일이 있다는 것을 자녀들이 알아야 한다. 시국이 어수선하고 억울한 죽음들이 끊이질 않고 있는 이런 순간에 돌아가셔서 너무 슬프다. 보내드릴 준비가 나는 아직 안 됐는데 돌아가시다니 울음이 그치질 않는다."
초등학생인 아들은 "엄마 그만 울어요, 괜찮아요"라고 말하면서 따라서 울먹거림.
저녁 7시 현재 5,686명이 서울광장의 국민분향소에 다녀갔음.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도 계속 늘어 구불구불한 줄이 겹겹이 쌓여가고 있음. 이전까지는 15~30명이 한꺼번에 분향했지만 지금은 한 번에 60여명의 시민이 분향을 하고 있다. 분향하기까지는 30분 정도 기다려야하는 상황.
분향소 운영진은 "분향소를 찾는 시민이 더 늘어나면 동시 분향 인원을 80~100명 정도로 늘릴 계획"이라고 함.
한편 시민분향소 쪽에서는 시민분향소를 철거하라는 실랑이가 그치질 않고 있음 한 할아버지는 "왜 분향소를 두 개로 나누느냐, 너희들이 뭔데 여기서 차리냐"고 큰소리를 치는 등 거칠게 항의함. 할아버지들의 항의가 끊이질 않아 결국 시민분향소를 플라자 호텔 앞으로 옮겼지만 항의와 소동은 계속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