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한 시민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애도의 뜻을 표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유성호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경찰이 분향소 설치와 대자보 부착을 막아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18일 오후 12개 중대 800여명의 병력을 서울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주변에 배치해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속보'가 담긴 한 시민의 대자보를 두 차례나 찢어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오후 3시 5분께 시민 최아무개씨는 수도권지하철 시청역 5번 출구 인근 서울광장에서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속보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펼쳐들었다. 하지만 이를 본 경찰 20여명은 최씨를 둘러싼 후 대자보를 빼앗아 찢었다.
10분 후 최씨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내용이 담긴 대자보를 펼쳤지만, 경찰이 다시 최씨의 대자보를 찢었다. 이에 주변에 있던 시민 10여명이 경찰을 향해 거세게 항의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시민들을 밀쳐냈다. 이 과정에서 한 시민은 손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최씨는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그를 추모하고, 소식을 알리려고 대자보를 만들었는데, 어떻게 그걸 찢나? 너무 분하고 원통한 일"이라며 "어떻게 민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 경찰이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민 박아무개씨 역시 "대통령이 죽었는데 이런 것도 못하느냐"며 "'패륜' 경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 관계자는 대자보를 찢은 경위에 대해 "미신고 불법 집회이기 때문"이라며 "(최씨가 대자보를 들고 있던 행위는) 신고하지 않아서 불법"이라고 밝혔다.
오후 4시 현재 경찰은 서울 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인근을 둘러싸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경찰 숫자는 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 경찰력을 늘리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서울시민들의 대규모 애도행렬을 이끌어냈던 시민분향소가 서울광장 인근에 또다시 마련될 예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덕수궁 시민분향소를 만들었던 한 관계자는 "분향소를 어디에 차릴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