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성 입구 계곡 철거 이주단지 배정도?를 설명, 목좋은 곳을 알려주던 사람
김현자
이주단지를 둘러보고 있는데 마침 그곳에서 줄자로 거리를 재고 있던 분이 기웃거리고 있는 내게 "이곳 장사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어왔다. 의외의 질문이라 "이곳 상인들만 이주단지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냐. 외부 사람들도 들어와 장사할 수 있는가?"고 관심 있는 척 반문했다.
그 사람은 하던 일을 멈추고 내게 이주단지와 북한산성 입구 매표소 장사 환경을 설명하면서 투자해도 좋고 장사해도 좋은 목 좋은 곳 몇 군데를 일일이 지목해줬다. 30년 넘게 북한산 계곡에서 장사했는데 배정받은 땅에 3층짜리 건물을 지어 3층에는 자기가 살고 1층과 2층은 임대할 건데 7억~8억을 들여 건물을 지어도 타산이 맞을까 고민된다고 했다.
그날 많은 사람들에게 상가철거문제에 대해 물었지만 확실한 답은 듣지 못했다. 몇 달 후에 이사 갈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도 있고 올해 안에 이사는 힘들 거라는 사람도, 잘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또 이주단지 터에서 만나 사람처럼 배정을 받아 앞날까지 이미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0일에나 결정이 날 것이다", "몇 푼 안 되는 보상을 받았다"며 표정이 어두워지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13일은 평일이라 휴일에 피서가 절정에 달한 8월 2일보다 사람이 훨씬 적었다. 그날보다 5분의 1가량? 그래도 계곡은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로 왁자지껄했다. 2일보다 사람만 적을 뿐 물속에 뛰어들어 헤엄치고 물싸움하는 사람들, 보호자 하나 없이 계곡의 바위틈을 헤집고 다니며 옷이 모두 젖어 노는 아이들 등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쨌건 8월 2일과 13일의 북한산 계곡풍경은 해수욕장, 유원지와 다를 것이 없었다.
계곡 구석구석에는 일회용 가스통이나 캔커피 깡통 등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도 눈에 자주 띄었다. 상인들이 장사를 위해 계곡에 설치한 쇠파이프나 음식을 조리하거나 그릇을 씻을 때 쓰는 세제도 환경에 좋지 않다. 쓰레기는 주우면 되지만 이런 것들은 정말 대책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놀면서 발생하는 배설물은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궁금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을 국립공원 측이 묵인해주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철거문제는 철거문제고 눈에 뻔히 보이는 이런 불법만이라도 계도하거나 단속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데 2일과 13일, 현장에 나와 있는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국립공원법은 그야말로 있으나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