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실마을 전경마을 제일 높은 곳에 커다란 콘크리트 교회가 마을과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서있다
김정봉
이왕 나온 말이니 봉화와 영양을 비교해 보자. 봉화와 영양은 문화적으로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봉화에는 청암정과 북지리마애불이 있다면 영양에는 서석지와 봉감모전오층석탑이 있다. 봉화에는 안동사람들도 부러워한다는 청량산이 있다면 영양에는 일월산이 있다. 모두 안동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봉화는 안동과 다른 독창적인 문화가 존재하여 나름의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 영양은 안동문화권에 속해 있고 안동과 비교를 하여 스스로 높이는 마음이 강하다.
조씨 일가인 문화해설사 한 분이 종택에서 많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60가구 밖에 안 되는 이 마을에서 박사가 15분이 배출되었고 이 집안은 3불차라 하여 사람, 재물, 글을 빌리지 않았다고 한다. 일제시대 때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고 새로운 사상, 문물, 제도를 빨리 받아들여 영남에서 제일 빨리 상투를 잘랐다며 자랑스러워 한다. 여기서 그치면 좋았을 걸, 일본 유학을 많이 보내 모두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음력설을 쇠지 않았다는 대목에선 냉소적 웃음이 나왔다.
아무튼 이런 연유로 교회가 빨리 들어왔다고 한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쳤나 보다. 마을에서 제일 높은 곳에 커다란 콘크리트 교회가 마을과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서 있다. 멀리서 보면 공사를 하고 있는 것같이 보인다. 용을 그린 다음에 눈동자를 너무 크게 그린 꼴이다. 작은 눈동자를 그렸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