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빨리빨리 근성의 생산적 활용

등록 2009.08.15 18:20수정 2009.08.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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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빨리 빨리"
 
참 아이러니 하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와 같은 인사말도 아닌, "빨리 빨리"가 우리말을 대표하는 문구라니...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무엇이든지 빨리빨리 해결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회. 양보하는 사람은 없고, 자기주장만 고집하면서 결과는 빨리 빨리 해결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회. 서로 간에 대화는 중단되고, 자기주장만 고집하면서 결과는 빨리 빨리 얻어내려는 사회. 교통문화도, 교육문화도, 정치문화도 아직 미성숙한 상태에서 빨리 빨리 선진국에 진입하기만 바라는 사회. 고등학생인 내 눈에 비친 "빨리 빨리 대한민국"의 서글픈 잔상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며 사회로 나가기 위한 첫발을 준비하는 내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빨리 빨리 문화'는 가끔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빨리 빨리' 라는 말이 다른 사람들보다 무조건 앞서 나가야 한다는 불안감으로 변질되면서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은 하루에 3~4시간씩 자며, 일명 '입시지옥'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에서는 대놓고 사교육비 걱정을 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원을 3~4개씩 다니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내 입장에선 그런 경쟁들이 가끔 힘에 부칠 때가 많다.

   하지만, 난 대한민국 특유의 "빨리 빨리 문화"가 꼭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언젠가 신문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논문 경연 대회를 열었는데, 대상 논문의 주제가 "한국인의 냄비근성을 이용한 생산성 향상"과 같은 제목이었다. 가끔 우리들이 스스로를 자조하며 꼽씹는 '냄비근성', 즉 '빨리 빨리 문화'를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우리 사회는 생각보다 이른 시간 안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엘빈 토플러가 "1,2,3세대 물결을 한 세기 안에 이룩한 세계 유일의 나라"라며 극찬한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 아닌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한민국 특유의 '빨리 빨리 문화'를 어떻게 하면 생산적이며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다. '빨리 빨리 문화'를 지켜나가되, 생각의 변화도 동시에 수반되어야만 한다.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개인들이 이를 지켜나가는 것에 대해 배려해주는 사회, 양보와 상생이 그 무엇보다 미덕이 되는 사회. 누군가보다 더 빨리 앞서나가려는 욕심이 아닌, 공정하면서도 건전한 경쟁문화가 정착된 사회. 이제는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패러다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빨리 빨리 #냄비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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