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담은 어여쁜 일본 사진책 꾸러미.
최종규
《최민식-리얼리즘 사진의 사상》(삼화문화사,1992)이라는 두툼한 책을 봅니다. 최민식 님이 이런 책도 냈는가 싶어 얼른 집어서 넘겨 봅니다. 사진하는 사람들마저 거의 모르는 최민식 님 책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사람 사람들,1993)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2000년에 장만하여 읽고 간직하고 있는데, 《인간이란 무엇인가》 간기를 보면, 최민식 님이 그동안 펴낸 책을 목록으로 붙여놓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목록에는 《리얼리즘 사진의 사상》은 실려 있지 않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보다 한 해 앞서 나왔는데에도.
1993년 잣대이지만, 이때 책에 나온 최민식 님이 사진 찍고 글을 쓴 책들을 주욱 살피면 이렇습니다. 《인간 1》(동아일보사,1968), 《카메라의 초보》(동아일보사,1970), 《인간 2》(삼성출판사,1973), 《인간 3》(삼성출판사,1981), 《인간 4》(분도출판사,1982), 《인간 5》(분도출판사,1984), 《인간 6》(분도출판사,1986), 《최민식 사진집 1957∼1987》(열화당,1987), 《어디 계시나이까》(홍성사,1983), 《부산의 100인》(삼성출판사,1972), 《활동하는 얼굴》(삼성출판사,1974), 《세계걸작사진집》(삼성출판사,1979), 《이 사람을 보라 1957∼1990》(분도출판사,1990), 《명작사진을 통한 포트레이트연구》(에이멘,1991), 《표현기법에 의한 작품사진연구》(에이멘,1991), 《리얼리즘 사진의 사상》(사람 사람들,1991), 《인간 8》(분도출판사,1993), 《세계걸작사진연구 1》(부산일보,1993).
아하, 1992년 삼화문화사판은 1991년에 '사람 사람들'판으로 나온 그 책이 새롭게 나온 판이었을까요. 어쩌면, 아무래도 그러한 듯하군요.
.. 리얼사진가의 의무는 여하튼 그 현장에 서는 것이다. "진상" 그것은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것이며, 보다 강요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을 호소하면 좋은가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건을 객관적인 의미로 진상을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지금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고 기대하며 또 다른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싶은가, 먼저 그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어떻든 젊은 사진가의 미의식이 기성 사진가에 비해 약간 세련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용이 없고 고뇌가 없는 작품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생명이 없는 아름다운 마네킨에 비해 본다면 짐작이 갈 것이다 … 삶과 현실을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며, 그러므로 구체적 역사 변혁의 실천력을 가질 때만이 美라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젊은 세대는 새로운 것을 현대감각이며 미의식의 명제로 신봉하고 맹종한다면, 그 결과는 뻔한 것이다. 그들은 내용이 풍부하고 감동적인 할머니 사진을 놓고 50년대∼60년대 사진으로, 뒤떨어진 것이니, 케케묵은 수법이다라며 외면뿐 아니라 비난까지 서슴지 않는다 .. (135∼136쪽)《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을 읽으면서, 또 《사진이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한결같은 최민식 님 생각을 느꼈습니다. 전민조 님이 엮은 《사진 이야기》에 실린 최민식 님 이야기에서도 한결같은 느낌이었는데, 《리얼리즘 사진의 사상》에서도 한결같은 느낌입니다. 최민식 님 사진은 '내 눈을 믿고, 내 눈을 내가 믿을 수 있도록 내 삶을 믿고, 내 삶을 믿을 수 있도록 내 삶터를 단단히 디디고 서서 땀흘려 배우고 내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가운데, 내 손으로 내 땅을 거닐면서 내 사진을 찍으라'는 목소리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