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원의 예산으로 설치 예정인 불당보도육교의 모습.
윤평호
천안시는 지난달 불당대로 월봉중학교 부근 사거리에 '불당보도육교'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폭 4.5m, 총 연장 206m의 불당보도육교는 인근 사거리를 모두 연결해 설치하는 원형육교로 만들어진다. 천안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형태이다.
총 사업비 30억원으로 천안시가 발주해 이달 완공 예정인 천안의 또 다른 경관보도육교인 '천안삼거리교'에는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시설로 경사로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설치된다.
반면 불당보도육교에는 장애인과 노인, 임산부, 어린이 등 교통약자들을 위한 이동편의시설로 경사로가 전부이다. 불당보도육교에는 사거리와 연결되는 육교 4개 지점에 각각 경사로가 설치된다. 4곳 경사로의 총 길이는 259m로 육교의 총 연장을 상회한다.
지난해 불당보도육교 신설을 계획한 천안시는 올해 기본 및 실시설계까지 마쳤다. 총 사업비는 60억원. 천안시와 대한주택공사가 절반씩 부담한다. 시는 연말까지 불당보도육교 설치를 완료한다는 계획. 시공사 선정 뒤 지난달 28일은 착공계도 제출했다.
경관보도육교 신설 계획이 알려지자 장애인단체들은 곧장 반발하고 나섰다.
가장 먼저 문제제기를 한 곳은 충청남도장애인단체연합회(충장연). 지난 달 23일 성명에서 충장연은 "교통약자를 고려하지 않고 엘리베이터 없는 육교를 설치하는 것에 충청남도 장애인계는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충장연은 부득이하게 육교를 설치할 수밖에 없는 도로의 경우 육교에 엘리베이터 설치 의무화를 요구했다.
지난 4일은 천안지역 8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천안시장애인단체협의회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장애인단체협의회는 불당보도육교 설치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며 충장연보다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장애인단체협의회는 "불당보도육교 설치 계획을 당장 철회하고, 보행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도와 횡단보도의 높이를 같게 한 '험프형 횡단보도'를 설치하라"고 밝혔다. 차량의 원활한 소통이 문제가 된다면 보행육교가 아니라 차량을 위한 고가도로와 지하도를 설치하라고 주장했다.
천안시장애인단체협의회는 17일 성무용 시장과 면담 뒤 상황에 변화가 없으면 오는 19일 불당보도육교 설치 장소에서 항의집회도 준비하고 있다.
낡은 육교들 철거해 교통약자 권리 회복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