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풀사이에도 뱀담장위 곳곳에 뱀이다. 계곡에 물놀이 가면 돌로쌓은 축대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비온뒤 해가 나면 뱀들이 일광욕을 즐기는 장소다.
최원석
장화를 신고 소나무 뿌리 근처를 돌아보고 내려오는 길에 갑자기 섬뜩한 기운에 멈춰서니 이건 뱀 천지다. 유월 송이 대신 뱀이 곳곳에 똬리를 틀고 앉았다. 여덟 마리까지 세고 나니 카메라가 필요했다. 조심스레 길을 돌아 카메라를 들고 하나씩 찰깍. 셔터소리에 놀라 도망가는 놈을 또 찰깍.
미처 살펴보지 못한 곳에서도 뱀이 나타난다. 말 그대로 뱀 천지다. 기본 사진 한 컷씩 찍고 나머지는 연출이다. 도망가는 놈, 꼬리를 파르르 떨며 위협하는 놈. 다른 뱀의 몸을 타넘고 가는 놈.
여기에 왜 이렇게 많은 뱀들이 모였을까? 교미하는 시기인가. 한 자리에 무더기로 모였을때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테다. 같은 종류로 보이는 두 마리의 뱀이 한 무더기가 된 것도 있다. 며칠 동안 비가 내렸으니 아마도 몸을 말리려고 나왔나 보다. 풀이 마르면서 열기를 내뿜고 주변보다 해가 잘 드니 모여들 만하다.
내친 김에 뱀들이 자주 나올 만한 곳을 둘러봤다. 돌로 쌓은 담장 위다. 비가 온 뒤 햇살이 잘 비치는 곳에는 반드시 뱀이 있다. 역시 곳곳에 뱀 무더기다. 발자국 소리에 놀라서 달아나는 놈. 바위틈에서 나오려다가 다시 들어가는 놈. 담장 밑에도 곳곳에 뱀이다. 뱀 숫자 세기를 그만두고 사진만 열심히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