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나서서 금강산관광 재개를 선언하라

현정은 회장 뒤에 숨는 현 정부의 비겁함을 비판하며

등록 2009.08.13 14:45수정 2009.08.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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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의 방북과 클린턴 미전대통령의 방북

 

현정은 회장의 방북 일정이 하루 더 연장이 되었다. 원래 2박3일의 일정이 4박5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사실 대북전문가라고 하는 학자들의 의견 자체도 하나의 예견일 뿐,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의 상황은 국내에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현정은 회장은 현대아산 유모씨의 석방을 위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진행시키려 노력한다는 것뿐이다.

 

사실, 이번 현정은 회장의 방북은 클린턴 미전대통령의 방북과 여기자 석방과 대비되는 측면이 많다. 한 나라의 국민이 억류되어 있는 상황에서 억류되어 있는 국민을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석방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기업가에게 직접 가서 석방 요청을 하게 만드는 작금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단지, 현대그룹이 대북사업을 진행해와서 오히려 면담이 용이하다는 변명을 늘어놓으려면, 이미 국민을 보호하려는 국가의 의무를 져버린 것이다. 또한, 한 기업의 위태로운 상황에 대해 정부의 상황판단 실수와 남북관계 악화로 해결할 수 없다면 이 또한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시장우선주의와도 걸맞지 않는다. 그 자체로 무지, 무능력, 무감각한 정부를 증명하는 셈이다.

 

2009년의 억류와 1999년의 억류

 

유모씨의 억류 이유 또한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 1999년 금강산 관광 당시 억류된 민영미씨의 경우, 북측 체제를 비판하였기 때문에 그들 입장에서는 곱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금강산관광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당시 재발 방지 등을 조속히 약속하였기 때문에 한 달여만에 민영미씨는 풀려나고, 금강산관광은 재개된 바 있다.

 

유모씨의 억류는 개성의 북측 여성을 좋아하여 잦은 접촉을 시도하였고,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시점에서 부담을 느낀 북측 여성의 신고 또는 북측 관계자가 직접 진상을 조사하고 유모씨를 억류시켰다는 관측이 가장 지배적이다. 민영미씨와 같은 정치적인 입장도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상황을 악화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모씨에게는 민영미씨 때와 같이 한나라당에서 들고 일어나서 석방을 이야기하지도 않고 있고(이것은 민주당도 마찬가지인데 참으로 한심스럽다), 가족이라 해도 두 노부모가 다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하는 형국이 다를 뿐이다.

 

물론 상황이 많이 다른 점 역시 존재한다. 현대그룹의 수장도 바뀌었고, 2008년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상태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은 금강산관광에 대한 재개 의지가 이명박 정부에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더욱 강경한 정책과 발언 등으로 남북 핫라인이 끊어지기도 하였다. 여기에 개성공단 중단으로 공단 내 기업들이 철수를 해도 어떠한 대안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도대체 이명박 정부에서는 10년간의 대북정책을 반대하며 새롭게 내세우는 정책이 무엇이란 말인가?

 

비겁한 현 정부의 대응방식

 

아마도 이명박 정부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이 '북측 퍼주기'라고 확고히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특히 2009년 7월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10년간 북에 지원된 막대한 돈이 핵무장 이용 의혹이 있다는 주장을 공식적으로 발언한 바 있다. 유모씨가 억류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을 쉽사리 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을 뿐더러, 이명박 대통령의 금강산과 개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실무자회담은 적극적인 의지 없이 진행되었고, 클린턴 미전대통령이 방북하여 여기자 석방을 진행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현정은 회장을 앞세운 형국이 되어버렸다. 현정은 회장의 뒤에 숨어서 뒷짐만 지고 바라보는 이명박 정부의 대응방식이 참으로 비겁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먼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선언하라

 

이 문제는 현 정부의 금강산 관광을 바라보는 인식이 전환되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될 수 없다. 금강산 관광과 같은 민간 대북사업과 대규모 민간 교류사업은 남북화해와 상호협력이 전제가 되어야지, 남북화해와 상호협력의 결과물일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만약 남북이 화해하고, 어느 정도 상호신뢰가 쌓였을 때 비로소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결과론적 판단을 갖고 있다면, 금강산관광은 남북관계가 흔들릴 때마다 중단되게 될 것이며 결국 민간기업의 사업성 악화, 남북관계는 보다 더 위축되게 될 수밖에 없다.

 

금강산관광사업은 그 자체로 남북관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기 때문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모두 정경분리의 원칙을 확고히 가져온 사업이다. 또한 관광사업이라는 것이 물적 교류보다 더 진일보된 인적 교류를 가져오기 때문에 화해협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독일의 동서화합 때에도 인적교류를 지속하였던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먼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선언하는 대승적 차원에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금강산 관광 문제는 단순히 재개 선언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북측에서의 관광 재개에 대한 이해와 함께, 박왕자씨 피살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역시 선행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꼬인 매듭을 풀 수 있는 쪽은 이명박 정부이다. 남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모든 준비가 되어 있으니, 북측 생각은 어떠한가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그저 대답만 기다리고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명박 정부는 그토록 4대강 살리기의 핵심기능중 하나가 관광레저기능이라고 이야기하며, 관광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주장하였다. 그렇게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면, 남북화해와 협력에 이바지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생태관광이 결합된 금강산 관광이야말로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시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국가의 의무를 먼저 지킬 때만이, 정부의 신뢰를 높이고 이번 남북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정란수, 새사회관광컨설팅그룹/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 기사는 필자의 온라인 한겨레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8.13 14:45ⓒ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정란수, 새사회관광컨설팅그룹/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 기사는 필자의 온라인 한겨레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북정책 #현정은 회장 #이명박 정부 #금강산관광 #유모씨 억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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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회를 위한 관광과 여가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현재는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겸임교수, 대안관광컨설팅 프로젝트수 대표로 관광 컨설팅 및 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행기획자로 여행을 다니며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집을 지으면서 주택, 타운하우스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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