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거리로 나서는 나라

등록 2009.08.12 16:16수정 2009.08.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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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악법은 무효라며 유원일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이 조계사 앞에서 나 홀로 천막농성을 하며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다. 국회를 무력화시킨 데 대한 항의라고 한다. 국회의장은 언론관련법을 직권상정하고 국회부의장은 재투표를 강행하고 한나라당은 의장석을 점거하며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켜 거리로 나왔다고 한다. 그는 언론악법 오적(김형오 국회의장, 이윤성 국회부의장,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위원장, 나경원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으로 꼽은 한나라당 위원들 지역구에서 시국연설 등 홍보전을 통해 사태의 실상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유 의원은 시급한 민생사안도 아닌 언론법을 여론 수렴도 없이 밀어붙였다며 야당과의 논의도 없이 다수당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거리로 나온 그를 보고 시민들은 용기 있게 나와 줘서 고맙다는 사람도 있고 국회로 들어가 싸우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지난 8월5일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앞 농성장을 공무수행으로 방문한 당시 경찰들에게 국회의원 신분증을 내보이며 공무수행 중임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이면 다야! 연행해!"라는 중간 간부의 지시에 따라 주먹으로 맞고 강제로 무릎을 꿇리고 방패로 찍히는 집단폭행을 당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의 공무수행을 위해 방문한 현장에서 집단 폭력으로 방해받고 경찰에 의해 도살장 개처럼 끌려갔다. 유원일 의원은 당시 심하게 머리채를 잡아 당겨 심한 어지러움을 호소하였으며, 방패로 찍힌 부분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허리와 타박상은 물론 뇌진탕 증세까지 나타나는 만행을 겪어 현재 입원중이라 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최문순·천정배 의원은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 강행처리에 항의해 국회의장에게 의원사퇴서를 제출하고 언론관련법 무효화 투쟁을 위해 아스팔트 위에 섰다. 국회문화체육관광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언론관련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함께 활동했던 두 의원은 의원배지를 던지고 아스팔트 위에 섰다. 두 의원은 언론관련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100일 원외투쟁'에 돌입한 민주당과 행보를 함께 할 계획이라며 별동대로 움직이며 1000만인 서명운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언론악법 원천무효 100일 대장정'에 나선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시민 500여 명이 모인 거리연설에서 "지방언론을 말살시키고 재벌·족벌·외국자본에 방송을 허용하는 언론법은 악법이기 때문에 무효화를 위해 단호히 투쟁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석현, 이종걸 의원 등과 함께 고흥길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도 성남에서 재투표, 대리투표로 얼룩진 언론법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거리를 누볐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의회민주주의국가다. 대한민국 국민은 4년마다 투표를 통해 나를 대신해서 일해 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사람에게 국민의 권리인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 국민들을 대신해서 필요한 법을 제정하고, 악법은 개정하도록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 국회는 없다. 한 시가 급한 민생법안들은 수북이 쌓여있는데도 다수당인 여당 의원들은 국민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자기들의 입맛에 필요한 언론법을 급하지도 않은데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지금 승리감에 젖어있는지 모른다. 법을 제정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들이 법을 어기는 일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저지르고 있다. 국민은 이를 두고만 볼 것인가.

 

국회에서 수적인 불리함으로 도저히 소통이 안 되는 절망감에 대부분의 야당 의원들은 의원 사직서를 내고 거리에 서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거리가 아니라 국회의사당이다.

 

거리의 활동가라 불리우는 야당 의원들은 악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킨데 주역을 한 의원들의 지역구를 방문해서 호소하고 있지만 그들을 보면서 주권을 가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안을 어떻게 풀어가는 것이 현명한지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제주지사처럼 주어진 임무를 잘못 수행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소환제도를 사용하면 어떨까.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을 두려워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깨어있어야 한다. 깨어 감시하고 그들이 잘못 할 때는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항의하고, 그래도 안 될 때는 국민소환 제도를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계속해서 투표만 하고 잊어버리는 국민으로 살아간다면 국회는 희망도, 발전도 없이 항상 그 모양 그 꼴일 것이다. 그래서는 민주국가라 할 수 없다.

 

법이 제대로 운용되고 잘못된 법 때문에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이 없는, 살맛나는 민주국가에 살고 싶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입법부에 의해서 국민을 위해서 올바른 법이 제정되고, 그 법을 정당하게 수행하는 사법부, 행정부가 움직이는 민주국가에 살고 싶다. 우리는 그럴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 권리를 누리고 싶다.

2009.08.12 16:16ⓒ 2009 OhmyNews
#국회의원 #민주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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