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뒤에도 공사하는 모습개학 뒤에도 화장실공사가 끝나지 않아서 수업중에도 공사 소음과 먼지에 시달려야 하는 것은 물론 건축자재가 쌓여있는 곳을 지나야하고, 전교생이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해 한참동안 곤란을 겪습니다.
이부영
개학 전에 안 끝나는 학교 공사의 피해
공사를 개학 때까지 끝내지 못하게 된 까닭은 여러 가지겠지만 제가 보기에 관리자의 관리 감독소홀이 가장 많다고 봅니다. 공사를 개학 전까지 다 끝내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갑니다. 소음과 먼지로 수업을 하기 힘들고, 건축현장에 쌓아놓은 건축자재와 폐기물, 그리고 오고가는 차량과 기계로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협받습니다. 가장 큰 피해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학교 공사현장이 오랜 방학을 끝내고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2학기를 시작하려는 어린이들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것입니다.
공사를 하게 되면 공사가 다 끝난 다음에 청소는 물론이고 공사를 위해 옮겨두었던 모든 물건을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놓아주는 것까지 공사 계약할 때 계약을 하고 반드시 이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방학 동안 공사를 끝내지 못하고 개학 뒤까지 할 경우, 청소는커녕 교실 물건도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아이들을 맞아야 하는 일이 생기고, 아이들을 맞이하는 교사 처지에서 보면 공사로 엉망이 된 교실을 공사 책임자가 다해 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기다려보다가 안 되면 개학 하루 이틀 전에 가서 부랴부랴 교실 정리정돈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사를 하지 않았더라도 담임교사는 개학 전에 교실에 가서 아이들을 맞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방학 동안 책상 위에 쌓인 먼지를 닦고, 청소를 하고 퀴퀴한 공기를 바꾸어 줍니다. 이런 일은 언제든지 해도 즐겁습니다.
그런데 공사를 하다가 이리저리 마구 옮겨놓은 책장 같은 무거운 물건들을 옮기고 바닥에 여기저기 흘린 페인트와 시멘트들, 그리고 교실에 뽀얗게 쌓인 시멘트 먼지를 닦으려면 그만 짜증이 납니다. 이런 일은 분명히 공사 계약서에 포함된 사항인데 공사 관리감독을 잘 못해서 마무리를 잘 못하는 바람에 그들이 해야 할 일을 교사가 떠안은 셈이니까요. 또 교사뿐이 아닙니다. 아이들 역시 새로운 마음으로 개학한 뒤 학교에 와서 처음 하는 일이 먼지 뒤집어쓰고 청소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우리의 학창시절 개학 모습에 대한 기억이 그렇듯이 말이지요.
이렇게 되면, 공사 책임자는 뒷정리에 들이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아주 손쉽게 뒷정리를 마무리하는 셈이 되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동안 공사 기일을 지키지 않은 책임과 공사 마무리하는 데 드는 비용 한 푼 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공사비를 따져서 정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고, 개학 뒤 급한 마음에 서둘러서 공사를 끝내는 모습을 많이 봐 왔습니다. 그러니 학교 공사는 개학 전에 마무리하는 것보다 개학 뒤로 미루는 것이 공사 책임자로서는 훨씬 이득이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런 모습이 학교 공사가 개학 전에 끝나지 않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작년에 우리 학교에서도 공사를 하고 개학이 다 되도록 공사가 마무리될 조짐이 없고 공사책임자는 차일피일 미루고 연락이 없자, 관리자가 누구나 늘 그래 왔던대로 교사들에게 마무리를 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개학을 앞두고 교사가 수업준비에다가 2학기 준비할 일이 많은데 공사 뒷설거지하는 데 시간을 낭비해야 하느냐, 관리자의 관리감독 소홀로 공사가 늦어진 책임을 교사들에게 돌리느냐 하고 따져 물어서 인력시장에서 사람을 불러서 뒷정리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물론 교실 정리는 어쩔 수 없이 교사들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땀 뻘뻘 흘리면서 먼지 뽀얗게 쌓인 뒤죽박죽 빼놓은 무거운 장과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면서, 바닥에 떨어진 페인트를 하나하나 긁어내면서 화가 치밀어 오더군요. 더 화가 났던 것은 방학 전에 벽이 깨끗했는데 왜 갑자기 학교 전체 벽을 모두 페인트칠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사를 말끔히 다 끝내고 개학을 맞았다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공사를 새로 끝낸 공간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 분들은 충분히 알겠지만, 공사 때 나온 먼지도 여전히 남아있을뿐더러 독한 냄새 때문에 한동안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아무리 학교건축자재를 친환경적인 재료로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지만, 건축 자재와 페인트와 접착제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여전해서 그 속에서 생활하는 교사와 아이들이 맡아야 합니다.
저 공사를 저만큼의 돈을 들여 꼭 해야 하나? 마지막으로 학교 공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과연 저 공사를 저만큼의 돈을 들여 지금 꼭 해야 하나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학교에서 지내면서 아이들 수업에 꼭 필요한, 얼마 안 되는 돈을 쓰는 것에는 인색하면서, 아이들 교육에 정말로 급하고 중요한 공사는 놔두고, 꼭 하지 않아도 될 공사에 돈을 많이 들이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봐 왔기 때문입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학교 공사도 역시 말만 아이들 교육을 위한 것일 뿐, 학교 겉모습을 '삐까뻔쩍' 근사하게 만들어서 관리자의 낯을 세우는 일이 더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학교 공사 모습을 살펴보면서 대부분 공사가 개학 전에 끝나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공사가 잘못되거나 완공기일이 늦어지는 것은 전적으로 관리자 책임입니다. 교사들도 이를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개학 전에 미리 살펴보고 관리자에게 요구할 것은 요구해서 관리책임을 다하도록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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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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