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는 한번 눈이오면 무릎까지 쌓이는 바람에 날마다 눈을 치우는게 중요한 일과였다
신혜지
큰시누네는 소위 말하는 '기러기 가족'이다.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라면을 냄비째 놓고 먹으며 가족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보며 웃던 송강호의 마지막 엔딩신이 가슴을 찡했던 만들었던 그 기러기 가족. 물론 큰시누이 가족은 그 정도의 처절한(?) 기러기 가족은 아니다. 이번엔 큰시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언어도 안 되고, 아는 사람도 없고 정말 우울증에 걸릴 뻔했어. 삼시 세끼 아이들 밥 챙겨줘야지, 아이들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작년 1년 동안 아이들과 떨어져 있었던 적이 단 하루도 없었던 것 같아. 젖먹이 때 이후 처음이야.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기도 하고, 엄마로서는 답답한 일이기도 했지."개인생활도 없는 데다 언어도 안 통해 설상가상으로 힘들었다. 서울에서 영어공부를 제법 한다는 애들도 더듬거릴 정도니 큰시누이야 오죽 했을까. 처음엔 손짓발짓을 써가며 의사소통을 했지만 이제 '말귀'는 통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큰시누이도 함께 공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어른들은 한계가 있다는 게 큰 시누이의 설명이다. 나이 사십줄에 유창한 영어의 벽을 체험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1년밖에 안되었으니 섣불리 결론을 내기엔 좀 이르다.
먹고사는 데 생활에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기러기 가족의 '마음의 벽'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바로 아이들 학교행사 때였다고 한다.
"외국은 학교에서 행사가 있으면 엄마아빠가 모두 참석해. 우리나라처럼 엄마만 오고 아빠는 안 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 거의 모든 행사에 부모가 함께 참석하지. 그 모습이 참 보기 좋고 부럽더라. 우리도 한국에 있었으면 함께 했을 텐데 아이들 행사에 아빠가 참석하지 못할 때마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별 수 있니."기러기 가족이라고 하지만 아주버님(시누의 남편)이 사업차 미국에 자주 가기 때문에 미국에 들를 때는 꼭 캐나다에 함께 들러서 시간을 보낸다. 따라서 다른 기러기 가족에 비하면 가족간의 만남은 잦은 편이다. 그래도 아빠와 처음으로 오래 헤어진 두 아이의 마음은 허전했나 보다. 캐나다에 살 동안 가장 기뻤던 순간을 아빠와 처음으로 만났을 때라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아빠랑 헤어지고 난 뒤 3개월 뒤 아빠가 다시 캐나다에 왔을 때 정말 반가웠어요. 엄마도 그랬대요. 그리고 이번에 한국에 온다고 하니까 가장 좋았던 점은 가족들을 만난다는 거예요. 사실 먹고싶은 것도 무지 많았거든요. 특히 매운 낚지볶음하고 딸기우유가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몰라요. 한국에 가면 그것부터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딱 도착하니까 먹고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 버린 거예요. 신기하죠?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만으로 그냥 다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리고 가족들이 정말 정말 보고싶었어요."큰시누이는 내일모레면 다시 외국으로 나간다. 그러나 이번엔 캐나다가 아닌 미국 뉴욕으로 간다. 큰시누 남편의 사업체가 있는 미국으로 가서 이번엔 함께 살 예정이다. 두 조카는 새학년이 시작되는 9월에는 미국 뉴욕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캐나다에 처음 갈 때 그랬듯이 이번에도 걱정과 설렘이 반반씩 교차한다. 어렸을 때부터 외국생활을 많이 한 까닭에 낯선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다.
미국 대학 가려면 한국 입시학원에 다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