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주말드라마의 변신, 성공 가능성은?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75] 주말드라마의 대 변신 <스타일> VS <탐나는 도다>

등록 2009.08.10 09:24수정 2009.08.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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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드라마가 일색인 주말드라마 시장에 도전한 <스타일>과 <탐나는 도다>의 변신은 즐겁다.
홈드라마가 일색인 주말드라마 시장에 도전한 <스타일>과 <탐나는 도다>의 변신은 즐겁다. SBS, imbc
홈드라마가 일색인 주말드라마 시장에 도전한 <스타일>과 <탐나는 도다>의 변신은 즐겁다. ⓒ SBS, imbc

주말드라마의 변신이 즐겁다!

 

주말드라마에 대변화가 일어났다. 으레 주말드라마 하면 홈드라마, 대가족을 중심으로 한 가족 구성원들의 삶과 결혼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런데 그러한 가족드라마의 아성에 도전하는 두 작품이 있다. 바로 <스타일>과 <탐나는 도다>가 그것이다.

 

패션잡지 세계를 그린 <스타일>과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탐나는 도다>는 언뜻 소재만 봐도 주말드라마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편성이다. 사실상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개념으로 통하기에 드라마 자체가 모두 가족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시청률이 잘 나올 수밖에 없고 그래서 방송사들도 대부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다채로운 소재의 드라마를 주말에도 만날 수 있는 기쁨을 시청자가 누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2009 외인구단>에서부터 조금씩 불기 시작해 <친구>가 뒤를 이었고 이젠 <스타일>과 <탐나는 도다>가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시청률 면에서는 아직은 조심스러운 단계이다. 특히 <탐나는 도다>는 MBC가 주말드라마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일뿐더러 상대 방송사 KBS의 <솔약국집 아들들>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어 <탐나는 도다>는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이 점을 역으로 생각해보면 MBC는 아주 큰 용기를 낸 셈이다. <탐나는 도다>의 전작이 시청률에서 밀리고 있었고 몇 해 전부터 주말드라마 시장이 붕괴된 MBC이기에 이러한 시도를 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성공여부를 떠나서.

 

이러한 변화는 시청자들로부터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신선함과 색다름을 주었으니 말이다. 주말 드라마에는 언제나 젊은 남녀의 결혼이 주요 내용이고, 집안의 반대 혹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결혼을 한 두 사람이 부부생활을 하면서 벌어지는 내용들이 전부였다.

 

소재 자체가 굉장히 국한되어있으며, 변화를 준다 해도 색다른 드라마가 될 수 없어 시청자들은 다양한 드라마를 보고 싶은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시청률 경쟁이 붙으면서 막장소재의 드라마가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니, 비슷비슷한 연기자들이 비슷비슷한 내용의 드라마가 식상할 때도 되었다.

 

그래서 이번 <스타일>과 <탐나는 도다>는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홈 드라마가 강세를 띠고 있는 주말 드라마 시장에 진짜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지 아니면 시도만으로 족해야 하는 것인지를 판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같은 파격적인 편성이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분명 이러한 시도는 다시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하지만 시청률과 성공 여부를 떠나 변신 자체만으로도 즐겁다. 이제껏 채널을 돌려봐도 홈드라마가 일색이던 주말드라마 시장에 갈증을 느끼던 시청자들은 분명 환호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두 편의 작품이 시청률과 작품성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엣지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스타일>은 결국 포장만 화려한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어 몰입도 면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엣지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스타일>은 결국 포장만 화려한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어 몰입도 면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SBS
엣지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스타일>은 결국 포장만 화려한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어 몰입도 면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 SBS

그 놈의 엣지는 무엇에 쓸 것인고?

 

우선 한 주 먼저 시작한 <스타일>은 첫 방송 이후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연기자들의 연기력 논란과 전문직 세계를 허황되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비교되면서 시청률을 올라가고 있지만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스타일>은 스타일에만 치중한 나머지 연기자들의 스타일이 첫 번째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서정이란 어시스트로 분한 이지아는 오버스러운 행동으로 시종일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특히 그녀의 전작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캐릭터가 겹치다보니 그와 다른 연기를 하려는 그녀의 노고는 인정되지만 극중에서 혼자 너무 튀어버려 다른 출연진과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주인공으로서의 능력이 김혜수보다 월등히 떨어지고 오히려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존재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어 서우진으로 분한 만년왕자 연기의 1인자 류시원의 연기도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며 그 순간만큼 90년대 드라마로 회귀한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과거에 왕자 연기로 칭찬을 받던 류시원이지만 21세기에 걸맞는 연기 변신을 하지 못한 채 이전에 줄곧 해오던 캐릭터를 재차 반복하면서 그의 연기는 한 마디로 답답하다.

 

그의 표정연기부터 말투까지 어느 것 하나 새로운 것이 없는 그가 보여주었던 이전 작품에 연기와 참 많이 닮아있다. 그래서 매력적이던 외쌍커풀은 이제 답답함으로 변모했고 심지어 패션 스타일과 머리까지 이전과 다른 변화를 주지 않는 그의 스타일이 지겹다. 그래서 역시 류시원의 연기도 극중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스타일>의 두 번째는 겉멋으로 치장한 화려한 포장기술만이 뛰어나서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직의 세계를 그리려면 좀 더 디테일함이 필요한데, 그러한 디테일은 스타일에 가려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잦은 실수를 저지르는 어시스트 이서정을 스타일 잡지사에서는 좀 처럼 해고하지 않는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실수 하나가 크게 작용하는 현실을 차치하고도 애인의 바람 현장 목격에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협찬 옷을 잃어버리는 등의 행동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어쩌면 좀 더 오버하자면 어시스트란 직업의 세계를 무시하는 처사일 수도 있다.

 

이뿐이 아니다. 어느 잡지사에서 사진작가를 상근기자로 고용을 하나, 어시스트를 스카웃하는데 얼마를 주면 되느냐를 묻는 황당한 상황이 계속된다. 잡지기자의 세계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특히 패션잡지를 만드는 이들의 삶은 치열하다. 화려한 옷과 함께 한다고 해서 볼거리만 제공하는 식의 전문직 드라마는 곤란하다.

 

박기자 역을 맡은 김혜수의 카리스마는 남다르지만 그것도 일부 시청자들은 회장으로 출연하는 나영희에 밀린다는 의견도 있을 만큼 카리스마 이외에는 무엇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저 매 신마다 옷과 액세서리가 바뀔 뿐이다. 그만큼 비주얼에 집중한다.

 

이외에도 한의사 출신의 요리사가 등장하지만 식재료만 들고 있다고 해서, 전문가용 사진기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사진작가가 될 수 없다. 시청률 만큼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려면 비주얼 드라마에서 스토리 중심의 드라마로 선회해야만 할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엣지는 그저 스타일에 불과하다. 모서리 틈의 뜻을 지닌 엣지(Edge)가 요즘 패션 용어로 많이 사용되고는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엣지와 드라마 <스타일>에서 말하는 엣지는 확연히 다르다. 진정으로 새로운 변화를 주고자 한다면 소재뿐만 아니라 스토리도 새로움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파격적인 편성인 <탐나는 도다>의 색다름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파격적인 편성인 <탐나는 도다>의 색다름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imbc
파격적인 편성인 <탐나는 도다>의 색다름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 imbc

탐나는 드라마 한 번 보수까!

 

그렇다면 <탐나는 도다>는 어떤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을 주말극에 보기 좋게 편성한 MBC의 색다른 도전은 참 황당하지만 재미있다. 그것도 30%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솔약국집 아들들>과의 맞대결은 어쩌면 불 보듯 뻔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작품을 선택한 MBC의 도전은 첫 회 방송이 나간 후 작품의 자신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연기자들의 연기 호평이 일색이다. 특히 신인급을 주연으로 등장시켰음에도 연기자 서우는 정버진으로 분해 천방지축 해녀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물론 벽안의 눈을 가진 남자 황찬빈의 연기는 아직 어색함이 있지만 그 외에 조연들의 연기는 일품이다.

 

김경미, 방은진, 변우민 등 주변 인물들의 연기는 극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사실상 만화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스토리뿐만 아니라 상황 설정이 가벼워 보일 수도 있으나, 이러한 부분을 연기자들의 연기력으로 가감시켜주었다.

 

언뜻 <궁>을 연상케 하는 <탐나는 도다>는 17세기 영국의 윌리엄이 탐라(제주도)에 표류해 해녀 장버진과의 만난 후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으로 원작은 만화계에서 이미 인기작품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탐나는 도다>는 색다름이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일단 주말드라마 편성은 너무나도 파격적이다. 만일 미니시리즈로 갔다면 시청률 면에서 승산이 있었을 텐데, 일단 그러한 편성 덕분에 6.7%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이를 차치하고 작품만 놓고 봐도 역시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사실상 <탐나는 도다>는 색다른 도전을 많이 한 드라마이다. 이제껏 신인배우를 과감하게 기용을 했어도 외국배우를 기용한 전례는 찾아 볼 수 없다. 더 나아가 퓨전사극에서 고어체를 쓰지는 않아도 사투리를 쓰는 전례도 없었다. 물론 <황산벌>에서는 "거시기가 거시기혀"라며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나왔지만 드라마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투리를 쓴 적이 없다.

 

가까운 예로 신라를 주무대로 하는 <선덕여왕>은 고어체를 사용하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탐나는 도다>는 제주도 사투리가 등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제주도 사투리는 우리나라 말이지만 가장 알아듣기 어려운 사투리이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도 아주 친절하게 자막을 넣고 있지만 자막을 보면서까지 드라마를 보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시청자들이 많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제주도 사투리를 듣는 재미도 쏠솔해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제주도는 여성중심의 사회였다. 물질을 하는 해녀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가부장사회가 아닌 모계중심의 사회이다. 그래서 남편은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여자는 밖에 나가 고기를 잡는다. 이러한 설정이 남성 중심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제주도의 배경으로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여성이 중심이 되어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 자체가 신선할뿐더러 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모습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내 재미를 더하고 있다. 또한 드라마에서 미의 기준이 다른 점도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드라마 상에서 최고의 미인을 정주리로, 추녀로 서우를 설정했다. 극중 정주리는 물질을 잘 할 수 있는 작은 눈과 넓은 어깨 그리고 탄탄한 다리 등으로 탐라 남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지만 반대로 왜소한 서우는 물질을 잘 하지 못해 구박을 받는 존재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색다름이 어떤 시청자들에게는 재미로, 어떤 시청자들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도 있어 대다수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특히 상대 방송사 드라마 시청률이 훨훨 날고 있는 가운데 <탐나는 도다>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2%로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탐나는 도다>는 분명 신선하다. 그리고 만화적 상상력을 드라마로 이끌어 내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제작진과 배우들에게는 찬사를 받을 만하다. 또한 스토리면에서는 탄탄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도 <탐나는 도다>가 시청률을 얻지 못해도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2009.08.10 09:24ⓒ 2009 OhmyNews
#주말드라마 #스타일 #탐나는 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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