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미라.아마포 사이로 보이는 검은 얼굴이 섬뜩해 보인다. 이번 이집트문명전에서 직접 얼굴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미라이다.
파라오와 미라
이번 문명전의 미라 중에서 그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는 미라가 있다. 여성미라라는 이름의 이 미라는 아마포에 둘러싸인 미라로 이 중 안면부분을 둥그렇게 오려내어 그 '쌩얼'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눈 부분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눈알을 빼고 역청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엑스레이 촬영결과 이 여성은 20~25세의 나이였다는 게 알려졌다. 키가 167㎝ 정도 되는데 몸무게가 28㎏이라는 점을 볼 때 얼마나 건조되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집트의 미라는 본래 건조한 기후에서 자연적으로 시신이 건조되어 미라가 되는 것을 본 이집트인들이, 좀 더 부패를 막는 방편으로 내장을 제거하고 탈수하면서, 특유의 사후관의 정립과 더불어 미라 제작이 체계화된 것이다. 그래서 후에는 미라를 3등급으로 나눠서 그 급에 따라 미라를 제작하였다. 물론 여기에는 금전적인 요구가 필요하였고, 비싸면 비쌀수록 더욱더 체계적인 방법과 보석을 동원한 치장을 하였다.
하지만 그런 선조들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굴꾼이 된 후손들의 목표는 그런 고급 미라였다. 고급 미라들은 보석으로 휘황찬란하게 장식이 되어 있었기에 약탈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고, 이는 고대 이집트 때부터 지속되었다. 결국 오늘날 남아 있는 당시 최상급의 미라는 곳곳이 훼손된 벌거벗겨진 만신창이들이니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하겠다.
이집트의 미라는 매우 독특하면서도 기괴하다. 이집트 문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미라이며, 이를 만들어낸 파라오와 이집트인들은 알면 알수록 신기한 점들이 많다. 아직도 이집트 문명에 대해서는 활발한 발굴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오늘날 고고학 형성에도 이집트학은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이집트는 문화재에 관해서 슬픈 역사를 다수 지니고 있다. 직접 발굴한 것보다도 약탈과 도굴, 강대국들에 의한 강탈로 처참하게 그 몰골이 찢긴 경우가 많다.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성립하는 과정에서 이집트는 여러모로 훼손을 당하게 되었으며, 이역만리로 문화재들이 반출되었다. 이번 문명전도 이집트가 아니라 오스트리아에서 빌렸다는 점에서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뛰어난 문화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발굴과 관리, 연구가 부족하면 결국 우리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문화재는 인류 모두의 자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조상들의 유산이기도 하다. 조상들의 유산을 잘 지키고 보존하라는 것. 이집트는 사실 그걸 말해주고 있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5월 30일 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문명전에 갔다와서 쓴 글입니다. 이집트의 미라와 사후관에 대해 다뤄보았습니다.
이집트문명전은 4월 28일부터 8월 30일까지 전시되며, 현재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특별 야간개장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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