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산동 <헌책방>.
최종규
ㅈ : 그래서, 내가 이번에, 저번달인가 8월달인가 7월달에, 〈부산일보〉에 (동네에 넣는 신문 광고지로) 명함 만 장을 뿌렸다 아니가. 신문에 쭉 넣어서, 명함 만 장을 파서. 그러니까, 한두 달 정도는 전화가 오고, 뒤에 약도가 있어 찾아오고 했는데, 요새는 또 뜸하네 …… 아줌마들이 책을 사러 오면, 애들 책도 동화책도 사 가기도 하고 자기가 볼 소설책도 사 가기도 하고 그러데. 사람들이 너무 책을 안 봐서, 아줌마들한테, 내가 2년 해서 안 되면 그만두어야겠습니다, 하니까, 아저씨 요즘 헌책방 보기 드문데 그만두지 마서예, 하더라고. 몇 번 왔어.
ㅇ : 제가 관심이 많이 생겨서 데이터를 내보니까, 열 명을 상대로 종합적 판단을 내 보면, 아줌마들, 헌책방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상위 20%도 안 됩니다. 나머지는 뭔가 하면 자습서와 참고서, 경기가 어렵다 보니까 가서 반값에 사 간다. 그러니 보수동도 옛날의 헌책방에 대한 마인드가 바뀌지 않았나, 사고파는 잇속밖에 없지 않나, 그 옛날 향수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한테 불친절한 게 아닌가, 자습서밖에 안 파니까. 옛날 책 있어요, 하면 퉁명스러운 거지. 초심이 없어진 거지. 물론 아직 건재하신 분도 계신데, 그런 게 있더라고요.
ㅈ : 사람들 소설책 안 보고 하는데, (책을 좀) 봐야, 우리도 세금 내고 전기세 내고 책도 사 와야 하니까, 결국 애들 참고서 위주로 집어넣어야 되는 거 아니가.
ㅇ : 떼돈 벌자는 게 아닌데, 고정 나가지 않잖습니까. 그거 맞추고, 우리 모토대로 즐거움 주고 나도 즐겁고, 고 정도만 하면 되는데.
ㅈ : 첫째로 운영이 되어야 하는데, 운영 자체가 안 되니까 …… 헌책방이, 최소한 대여섯 군데라도 촥 있어야 해. 하나만 달랑 있는 거보다. 그러면 아, 거기 몇 군데 있다는 것이 인식이 되니까. 동네에 한 군데만 띄엄띄엄 있고, 되도 않고 문닫으려고 하니까, 그룹으로 있어야 하는 거야. 그런데 누가 헌책방 할려는 사람도 없어. 하는 사람도 접을려고 하니까 …… 전에는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가 와서 이걸 적어 주더라고. 단기 계산하는 거, 불기 계산하는 거, 대정 들, 계산하는 방법 적어 놓으셨더라고. 메이지 명치 플라스 하는 거. 헌책방을 할 거 같으면 요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하고. 그 할아버지가 연세가 칠십이 넘었지, 아마. 오랫동안 공직생활 하고 퇴직을 해서 다시 어느 회사에 들어가서 지금은 아마 자기가 노후를 즐기고 있는 사람인데.
(손수레에 책 싣고 온 분이 있어서 책을 살까 말까 봐야 한다면서 잠깐 밖에 다녀오심)
ㅊ : (손수레로 책 들고 오신 분한테) 책은 안 사셨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