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예매대행' 글한 네이버카페에 올라온 '영화예매대행' 글이다. CGV 2인 예매권과 팝콘콤보세트를 만4천원에 판다는 내용.
네이버카페캡쳐
영화표 두 장에 팝콘세트까지, 싸게 파는 데 좋은 거 아닌가요?"주말에 둘이서 영화 보려면 만8천원, 팝콘이랑 콜라까지 먹으면 2만5천원이에요. 전 겨우 만4천원에 파는데 사는 사람한테도 좋은 거죠!"영화도 인터넷에서는 '암표'를 구매해 싸게 볼 수 있다. 중고상품을 사고파는 일부 네이버카페에서 예매를 대행해 주는 이들이 있다. J카페의 회원인 대학생 B씨(26)는 정식으로 사는 것보다는 훨씬 싸게 팔아 사는 사람한테도 이익이라고 말한다.
"우연히 제가 가진 티켓 몇 장 팔려고 갔다가 '공급자'에게 전화가 왔어요.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개인적으로 얻게 된 예매권을 본인이 사용할 수 없거나, 돈이 필요한 경우 팔기도 하지만 '조직적'으로 몇 십장씩이나 팔기도 한다. '공급자'와 '판매자'의 관계로. B씨는 우연한 기회로 공급자와 연락이 닿아 용돈벌이를 하고 있는 것. 그는 공급자에게도, 자신에게도 '당당한 일'이라고 말한다.
"핸드폰 부가서비스를 등록하면 무료로 제공되는 예매권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모아서 싸게 판다는데 문제가 되나요? 제 건데요, 뭐."어떻게 하루에 오십 장씩이나 무료 예매권이 생길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공급자가 핸드폰 여러 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급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인지는 잘 모르고, 넘겨받은 예매권을 판매할 뿐"이라고 답했다.
"공급자에게 예매권을 받으면서 두 장당 1만2500원 정도 지불해요. 2천원쯤 남고, 하루에 30~50장 정도 팔면 10만원 가까이 벌죠. 매일 수량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한 달에 100만원 넘게 버는 것 같아요. 두세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치고는 꽤 좋은 조건이에요."M영화관의 코엑스점 관계자는 전화통화를 통해 "이런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예매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확인할 길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고 전했다. 대학생이므로 오랜 시간을 아르바이트에 투자할 수 없는 B씨는 예매를 대행해주고 이익을 남기는 일에 상당한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몇 시간 동안 과외를 준비하거나, 보수가 적은 알바를 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시급 1만원 받고 일하다 보면 다른 일은 못해요""술도 먹어야 하고, 야한 얘기도 들어줘야 하고, 힘들죠. 그런데 시급 1만원 받고 일하다 보면 다른 일은 못해요."대학생 C씨(23)는 바(bar)에서 일하고 있다.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4시간 일하지만 하루에 벌게 되는 임금은 4만원이다. 최저임금 4천원, 술을 파는 곳에서는 5천원대를 받기도 하지만 두 배나 많은 액수다. 일반 호프집에서 일한 경험도 있지만 이곳에서 일한 후로는 다른 일자리를 얻지 않는다. 시급 차이 때문이다.
"'섹시바(Sexy Bar)'랑은 달라요. 2차 같은 거 없고, 이야기만 들어주는 거죠. 같이 일하는 여대생들도 많아요."C씨는 자신이 일하는 곳이 '섹시바'와 비교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손님과 술을 마시며 대화만 하는 곳이지 다른 일(?)은 없다는 것이다. 손님은 대부분 30대 직장인들. "상태가 안 좋은 손님도 있지만 상대 안하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자신뿐만 아니라 "쉽게 돈을 벌려는 여대생들이 이곳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전했다.
"부모님이요? 당연히 모르시죠. 알면 쫓겨나요"'이야기만 들어주는 곳'이지만 부모님에게는 당연히 비밀이다. 그의 꿈은 연극배우. 부모님이 반대하는 연극을 하기 위해서 용돈은 스스로 벌어야 한다. 밤늦게 끝나는 일이 힘들지만, 적은 시간을 투자해도 넉넉한 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이 일을 아직 포기할 수 없다.
88만원세대라 불리는 대학생, 취업준비생들에게 알바 선택의 기준은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보수를 높게 받는 것'이다. 노력보다 많은 대가를 바란다며 이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불법'은 아닌, 그렇지만 은밀한 곳에서 드러내지 않고 일하는 이들에 대한 평가는 자유다.
단, 취업 준비기간은 길어져만 가는데 시간에 쫓겨 가며 각종 '스펙'을 쌓아야 하는 20대들에게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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