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오마이뉴스 남소연
언뜻 덕만에 박 전 대표를 빗대기 쉽다. 공주로서 끝내 신라의 최고 권력자(선덕여왕)이 되는 덕만과 전직 대통령의 딸로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박 전 대표 사이엔 공통점이 있어 보인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어렸을 적 궁(청와대)에서 내쳐진 점도 비슷하다. 게다가 선덕여왕은 신라 최초의 여왕이다. 박 전 대표로서는 덕만이 되고 싶을테다.
그러나 뜯어보면, 두 인물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무엇보다 덕만은 스스로 싸워 쟁취해 나간다는 점이 큰 차이다.
덕만은 자신의 처지에 안주하지 않고 온몸으로 부딪혀 싸웠다. 낭도 시절 치열한 전투를 겪었고 동지의 죽음에 피울음을 토했다. 자신을 노리는 권력의 암투와 계략에 치를 떨었지만, 입 다물지 않고 응전했다. 여왕 이전에 그는 한 '낭도'이자, '전사'였다.
박 전 대표는 어떤가. 치열한 대선후보 경선을 거치며 '공주'란 꼬리표를 떼는가 싶었지만, 도로 그대로다. 미디어법 처리과정에서 보인 처신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유명무실한 여론독과점 방지조치를 반영시켜놓곤 "이 정도면 국민들께서도 공감해주시리라 생각한다"며 손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지도부를 직접 만나 따지거나 설득하는 일은 없었다. '전장'이나 다름없었던 본회의장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친박 내에서조차 "국민들에겐 '여왕'으로 비쳤을 것"이란 자조섞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언행은 자파 의원들이 보기에조차 '갈지 자'였다. 한 친박 의원은 "계파 의원들과 소통하지 않으니 결정적인 때 불쑥 던지는 '한마디'도 언론을 보고 알게 된다"며 "식자층에게는 국정운영 능력에 의심을 품게 만드는 계기가 됐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2. 천명공주와 박근혜박 전 대표의 참모 출신인 한 인사는 "박 전 대표는 덕만이라기보다 천명공주"라고 꼬집었다. 천명공주는 덕만과 달리 궁안에서 '온실 속 화초'로 자란 인물이다. 스스로 싸우기보다는 주위(덕만·유신랑·용춘공)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해결해 나간다.
그는 "덕만은 홀로 쟁취했지만, 냉정하게 말해 박 전 대표는 '아버지의 유산' 외에 본인이 이룬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어 "일부 국민들 눈엔 과거엔 청와대에서, 지금은 한나라당이라는 '왕궁'에서 공주 노릇을 하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당내 정치는 무시하고 국민만을 겨냥한 '한마디 정치'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법 처리 이후 민심이 떠나가고 있는 상황인데 앞으로도 여권의 지도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다시 '궁'안에 숨은 박 전 대표박 전 대표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주변에선 "사실상 휴가"라고들 한다. 여느 해처럼 조용히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머물 모양이다. 그러나 속내는 그리 고요하지 않을 것 같다. 박 전 대표가 늘 말머리마다 앞세우던 "국민"이 이번엔 돌아섰기 때문이다.
한 참모는 "문제가 드러났다면 의원들을 모아 상의하고 조언을 들어 해결해야 하는데 박 전 대표는 '궁안'(자택)으로 숨어버렸다"며 "이런 과정이 반복된다면 (자파) 의원들부터 회의적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칩거 중인 박 전 대표는 다시 이 드라마를 훑고 있을는지 모른다. 마침 극의 흐름은 덕만이 공주였음이 밝혀지면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선덕여왕이 되느냐 천명공주에 안주하느냐, 답은 박 전 대표가 알 테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