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읍성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초가집을 구경하고 있다낙안읍성은 사적지이면서 민속마을이라는 좀 특이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점도 특별한 부분이다. 최근 순천시가 유네스코에 낙안읍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해결할 부분은 많아 보인다
서정일
그러나 다른 주민들은 만약 이대로 간다면 "임의로 조성해 놓은 용인 민속촌보다 못할 것"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찌 보면 이것은 역사적 의미는 별개로 하더라도 건물 등의 유산적 가치로만 따져본다면 낙안읍성보다 10년이나 앞서 지난 1974년에 울릉도나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지방별 양반 민가가옥, 관아 서낭당 등을 복원한 용인민속촌이 더 보존할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는 뜨끔한 속내다.
왜냐면, 낙안읍성이 용인민속촌보다 10년이나 늦게 복원됐으며 그나마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육방관아 등은 복원되지 않았고, 복원했다는 민가들도 일부 극소수를 제외하고 길어봐야 25년 전에 새로 만든 것으로 겉모양은 초가집이지만 내부는 모두가 입식부엌에 좌변기가 있는 수세식 화장실을 갖춘 현대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의 내막을 살펴보면 낙안읍성 안에 있는 60% 정도의 집이 주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실거주지로서 개인사유라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시 행정당국이 그들의 삶에 깊이 관여해 편의시설까지 제재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인데 문제는 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40% 정도의 집도 대동소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런 점과 함께 낙안읍성에서 역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객사건물, 임경업장군비, 석구, 성곽 일부 등임을 상기할 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고 행정당국이나 주민들에게 남겨진 숙제 또한 산더미 같아서 독한 맘 먹지 않으면 쉽지 않아 보인다.
"현 상태에서 낙안읍성이 민속마을이라면 세계에서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하지만 만약 세계문화유산이라면 이보다 더 최악은 없다. 적어도 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15동의 전시가옥과 9동의 보존가옥만이라도 옛 모습을 되찾은 후에 얘기를 섞어야 한다"는 주민들의 지적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세계문화유산을 선택할 것인지 민속마을을 선택할 것인지는 오로지 행정당국과 주민들의 의지와 뜻에 달려 있다. 또한, 세계문화유산 등록 신청이 늦은 것인지 그나마 빠른 것인지에 대한 평가도 지금은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이 문제는 역사에 맡길 수밖에 없을 만큼 복잡해 보인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 분산, 침략거점 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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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예고: [09-012] 낙안군 폐군? 벌교는 나쁜것만은 아니었다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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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이냐 민속마을이냐... 낙안읍성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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