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사측 용역들이 이동하고 있다.
유성호
[2신 : 3일 오후 5시] 단전 24시간 지나... 식량·안전 문제 현실화 "이제 전기밥솥도 안 되는데, 무얼 먹고 있을지…."
오후 3시 쌍용차 평택 공장 정문 앞에 선 이정아 쌍용차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남편과의 마지막 통화 내용을 전했다. 다른 파업 노조원 아내들도 마지막 통화 내용을 전하며 눈물을 쏟았다.
파업 노조원이 농성하고 있는 도장 공장에 전기가 끊긴 지 24시간이 지난 현재, 파업 노조원과 가족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인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또한 전기밥솥을 이용하지 못하는 등 식량·안전 문제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이날 오후 사측과 경찰이 노조의 저항에 공장 진입을 시도하지 않으면서 노조와 사측·경찰과의 충돌은 소강상태에 빠졌지만, 단수·단전 탓에 노조원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정아 대표는 "어제 저녁 남편이 더 이상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남편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며 "남편에게 '(전기밥솥을 사용할 수 없는데) 내일 밥을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남편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너무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파업 노조원 아내 김은영씨는 남편에게 부치는 편지에서 "노사 협상이 재개되자 '당신이 정문 앞으로 마중 나와라' 등의 희망 가득한 내용의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이제는 휴대폰을 충전할 수 없으니 최소한의 연락만 하자'는 당신의 마지막 통화가 너무나도 슬펐다"고 밝혔다.
경찰이 도장공장에 진입할 경우, 단전 조치가 큰 불상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도장공장 1층에서 8년 동안 일했다는 유진숙(가명·54)씨는 "도장공장 내부가 매우 복잡해 길을 잃기 일쑤"라며 "단전된 상황에서 경찰이 진입할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단수 및 가스·의약품 공급 중단도 파업 노조원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된 지 오래다. 이정아 대표는 "무더위에 아무것도 안 해도 몇 리터 물을 먹고, 집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씻는 것"이라며 "2주일 넘게 단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 20분께 가족대책위 회원들과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파업 노조원들에게 물과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공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사측 용역직원에 막혀 전달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가족대책위 회원들과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사측 용역직원의 발길질에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