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건물 유형에 따른 계절별 라돈농도(산술평균) 분포 (2001, KINS)학교가 지하철 보다 높다.
KINS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면 2007년도에 교과부에서 학교 석면 실태 조사를 실시했는데 100개 학교 중에 88개가 석면을 쓰고 있다고 한다. 외국에 가보면 학교 건물만 보아도 '공부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우리나라의 학교는 보기만 해도 감옥 같다. 돌이켜보면 십 몇 년 전에 6.25 때 미군이 버리고 간 난로에 조개탄 때던 건물이 학교였다.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임을 감안하면 1급 발암물질이 지하철보다 높은 공간에 무대책으로 애들을 방치하는 꼴이다.
재미있는 것은 조사대상 520개 공공 건물 중에 학교 건물이 34%이다. 그렇다면 약 177개 정도의 전국 학교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이 각각의 건물에 대한 검사 결과를 연구수행기관에 문의했다. 대답은 '없다' 였다. 담당자가 IAEA로 파견을 가서 원 데이터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라돈에 대해 상당히 무지했다. 그래서 미국 주택기준을 그냥 가져와서 기준을 만들었다. 공공시설과 학교에 대해서는 권고기준치(4pCi/L)를 정했다('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 '학교 보건법'.) 하지만 사람들은 정작 라돈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있는데다. 기준 초과 시에 조치 의무에 대한 규정은 미미하다. 일부 지하철 역사에서 권고 기준치 이상이 나왔지만 뉴스에 몇 번 나왔을 뿐이다.
공공시설보다 더 높은 라돈 농도를 보이는 주거 시설에 대해서는 기준도 없다. 먹고 자고 생활하는 중심 공간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전국적인 실내, 토양, 지하수 등의 라돈 실태조사도 미흡한 실정이고 고위험 건축물 등에 대한 라돈 차폐시공 등 저감 매뉴얼 및 골재 등 건축자재에 대한 관리 기준도 미설정이다. 필자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환경부에서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
MB 정부 들어 대폭 삭감된 관련 예산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가 무슨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안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은가. 그런 일 하라고 세금 꼬박꼬박 내는 거 아닌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물질이 공기중에 마구 돌아다니면서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면 실태조사부터 하고 규제 및 권고, 그다음에는 차폐 대책과 집행이다.
우리의 환경부도 당연히 그러한 계획을 내놓았다. 2007년 야심차게 '실내 라돈 관리 대책'이라는 두툼한 문서도 내놓았다. 환경부의 계획을 보면 칭찬해주고 격려해주어야 마땅한 내용들이다. 2012년까지 3단계로 나누어 조사도 하고 대국민 홍보도 하고 TV광고도 하고 각종 건축물 차폐 매뉴얼도 만들고 등등 다종 다양한 계획들이 연차별로 적혀 있다.
일을 하려면 '돈' 즉, 예산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이를 집행할 예산이 없으면 무용지물 아니겠는가. 환경부는 관련한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라돈 대책과 관련된 예산은 대폭 삭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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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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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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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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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 환경부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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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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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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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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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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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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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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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요구안) 7.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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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까지는 연차별 계획에 의해 11.5억원이 집행되었다. 2009년에는 원래 계획보다 확 깍였다. 2010년에는 예산요구안이 원래 예산의 1/4 수준도 안 된다. 환경부 담당자 말로는 환경부의 예산 자체(환경개선특별회계)가 삭감되었다고 한다.
삽질을 위해 포기한 예산?
도대체 뭐하려고 정부는 관련 예산을 대폭 깎았나. 그것도 이명박 정부 들어서 실내공기질 관련 예산 자체가 줄었다. 유레카! 대통령께는 4대강 삽질 사업이 있다. 아니다. 지난 7월 23일 발표에 의하면 4대강뿐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국가하천을 정비하겠다고 하셨다. 온갖 예산을 깎고, 별로 국민적 관심이 없어서 각하 보시기에 중요하지 않은 사업들은 과감히 잘라내어 전 국토의 강을 뒤집어 놓으시겠다는 원대한 계획이 아닐까.
아, 오늘도 후진 건물에 갇혀서 국영수만 죽도록 공부하는, 대통령의 교육 정책으로 인해 고사되어 가는 청춘들이 1급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좋은 대학 가서 돈 많이 벌어서 부자 되면 질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일까. 중요한 것은 그들의 건강이 아니다. 삽질이다.
묻고 싶다. '각하, 그 돈 아껴서 뭐에 쓸려고 그러십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레디앙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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