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을 거두고 손을 잡아야 하지만...
이장연
얼마 전 삭막한 김포한강신도시 개발지를 둘러보고, 한강제방을 따라 늘어선 비좁은 철책선(78번 국도) 따라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후평리)까지 자전거로 둘러봤다. 모순되게도 철조망 덕분에 개발 압력에서 벗어난 한강하구 습지와 작은 포구는 불어난 흙빛 강물에 휩싸여 있었다.
어리석고 탐욕스런 사람들이 아옹다옹 다투며 살아가는 도시에서 토해낸 쓰레기들이 곳곳을 더럽혔고, 포구에는 붉은 깃발을 펄럭이는 작은 고깃배들로 가득했다.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빨아 들일듯 소용돌이 치는 물속과 달리, 포구와 둑방 안쪽은 다행히 평온했고 무성한 수풀 속에서 먹이를 찾는 물새들도 보였다.
그리고 날카로운 철조망 그림자 너머 보이는 자유로와 통일전망대는, 코앞에 두고도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세상만 탓하게 했다. 시간이 약이라 하는데,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한건지. 유유히 흘러가는 무심한 강물과 먼 곳을 응시하는 초병들만 바라보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