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위에서볼음도로 가는 카페리호 위에서 갈매기 떼를 만났다.
이성한
이미 오래 전 인간의 습성을 간파한 갈매기들은 바로 내 눈앞에서, 머리 위에서 떼를 지어날고 있었다. 인간들이 던져주는 밀가루 과자부스러기 조각 속의 간간한 맛은 그들의 없음직한 짧은 혀를 기어이 사로잡았나 보다. 상승과 활강을 반복하며 바람을 타고 즐기는 그들의 눈빛과 욕망은 오로지 인간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향하고 있었다.
한 시간 반 정도 되었을까, 저만치 앞 바다에 흐릿한 섬의 흔적이 가물가물 가라앉은 듯 보였다. 마치 수반 위에 놓여진 운치 있는 자연석 수석(壽石)처럼 고요한 바다 속에 잠겨 있었다. 섬을 보니 마음이 바빠지고 있었다. 선착장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어서 내리고 싶어 안절부절 발을 들썩거렸다. 미지의 섬이었던 '볼음도'와 처음으로 상면하는 순간이었다.
배가 선착장에 닿자마자 식구들과 짐을 내렸다. 미리 소식을 듣고 나온 민박집 주인장이 트럭을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볼음도' 선착장의 바람은 웬일인지 배 위에서보다 더욱 신경질적으로 불었다. 모래를 섞어 뺨을 때리며 따갑게 신고식을 재촉했다. 우리 일행은 바람에 쫒기 듯 트럭의 짐칸으로 모두 올랐다. 옷을 벗길 듯, 모자를 허공 속에 날려버릴 듯, 볼음도의 바람은 그렇게 혹독하게 어수룩한 도시의 촌것들에게 겁을 주고 있었다. 우리들 일행은 바싹 서로 붙어 앉은 채 옷깃을 더욱 야무지게 여미며 움츠리고 있었다.
채 5분도 안 돼서 우리가 묵을 민박집에 도착했다. 민박집은 짚에다 황토 흙을 섞어 벽을 세워 지은 '스트로 베일' 하우스란다. 지붕은 너와집처럼 두툼하게 나무껍질과 나무토막을 잘라 이어 얹은 집으로 이름 하여 '흙집민박'이라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담한 것이 첫인상 치고는 썩 괜찮아 보였다.
방을 나누고 짐을 풀자마자 아빠라는 어른 사내들은 자발적으로 밥을 짓기 시작했다. 쌀을 씻어 밥을 앉혀놓고, 된장을 풀어 찌개를 끓였다. 집집마다 가져온 재료들을 꺼내서 씻고 썰어가며 그럴싸하게 먹음직한 접심 상을 만들고 있었다. 그 때였다.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오더니 '배고프다' 야단치고 있었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빨리 밥 달라'고 아빠들을 적잖이 다그치고 있었다. 마침 그 시각 방안에서는 엄마라는 아낙들의 호호거리는 고소한 수다가 문밖으로 삐죽 새어 나와 귓가에 들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