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색동 파라솔. 뜨거운 옥탑방의 열기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고 싶은데, 아직 놀러온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
이유하
그러나 내가 누구더냐, 어떠한 역경에도 절대 굴하지 않는 옥탑방녀가 아니던가. 여름이 슬슬 입질을 가해오자, '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한 첫 번째 방편으로 옥탑방의 로망, 파라솔을 구입했다.
'우오와오아~' 함성이 터져 나오는 우아한 저 자태. 비록 벤치 형식의 우아한 곡선을 가진 파라솔은 아니지만 은근 '상큼'한 색동 파라솔은, 근처 그릇 가게에서 아저씨께 온갖 '사바사바'를 다해서 저렴하게 건진 물건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작은 문제가 있었다. 언제나 폭풍처럼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는 나는 바람 때문에, 혼자 파라솔과의 대사투를 벌였던 것! 내 몸보다도 더 큰 파라솔을 펼치는 순간, 하필이면 그 순간에 바람이 불어서 내 몸이 통째로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처럼 날아갈 뻔 한 것이었다.
진짜 누가 보기라도 했으면, 배 잡고 구를 일! 조그만 여자 아이가, 커다란 파라솔을 들고 바람에 휘청이면서 옥상을 뛰어다니는 꼴이라니. 그래도 '발꼬락'에 힘을 꽉 줘서 버티는 바람에 파라솔을 날려버리는 '극단적인' 상황은 간신히 모면했다.
그렇게 10분간 '나홀로 사투'를 벌인 후 나의 옥상에는 빨갛고 알록달록한 파라솔이 설치되었다. 가끔 반찬과 밥을 모조리 들고 나가는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밥을 먹기도 하고, 커피라도 한 잔 하면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으면, '라라라라라라~' 그리스 산토리니의 해변이 부럽지 않았다.
파도가 부서지는 투명한 해변, 탱글탱글한 해산물이 날뛰는 그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