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초 한 누리꾼의 제안으로 시작된 '트위터 사용자 시국선언'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참여 민주주의를 실천적으로 보여준 대표적인 경우다.
트위터
앤드류 카카바즈(
www.kakabadse.com) 교수에 따르면 참여민주주의란 이해관계들을 토의와 의사결정에 부치는 서비스를 하며 민주적 참여를 통해 자율성을 높이고 그럼으로써 민주주의가 정치적 형평성을 지향하는 가장 효능적인 통치유형, 즉 심사숙고를 통한 합의를 이루기에 적합한 자연적인 형태를 뜻한다.
<시민참여와 민주주의>에 따르면 토머스 제퍼슨과 밀즈, 바버로 계승돼온 참여민주주의라는 개념은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보완적·비판적 테제로 탄생한 민주주의의 한 모델이다.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정당이나 정치인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비판보다는 일차적으로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미디어가 제도에 기여하는 몫은 선출된 대표가 시민의 선호에 근접하도록 하기 위한 매개 기능 극대화에 달려 있다. 반면 참여 민주주의에선 개별 시민들의 미디어 운영 참여를 독려하는 개념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민주적 대중의 창조>의 저자인 케빈 맷슨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민주적 대중(Democratic Public)은 시민들이 함께 모여 자신들이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 및 국가적 이슈에 심사숙고하고 공적 판단을 할 때 형성된다. 공적 토론 모임을 가짐으로써 시민들은 민주적 대중에 필요한 기술들을 익힌다. 민주적 대중 중심의 참여민주주의가 실제적 민주주의다." (Kevin Mattson, <Creating a Democratic Public>)특히 밀즈는 선거구와 같은 지역의 공공영역에서 대면적 접촉을 하고 대화를 하며 주요 현안들을 결정하는 시민의 정치적 역할을 미디어가 제거한다며 당시의 매스미디어의 기능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참여 민주주의 연구자의 이론을 종합하면 기존 미디어에 의한 매개 기능을 제거하고 시민들, 특히 Hyper-Local / 국가 단위의 시민들이 직접 미디어를 통해 공적 토론 과정에 참여할 때 실제적 민주주의가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사소통에 가장 최적화된 온라인 도구가 소셜 미디어이다.
트위터 사용자 시국선언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참여 민주주의를 실천적으로 시현한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초 한 누리꾼의 제안으로 시작된 트위터 사용자 시국선언은 온라인을 통해 공적 토론 모임을 가짐으로써 '민주적 대중'에 필요한 기술들을 익혔다.
이를 바탕으로 직접 시국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를 기존 '올드 미디어'가 보도해 시민들에게 알려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블로그와 트위터, 트위터 API를 활용한 매쉬업 서비스가 동원됐으며 대표적인 국내 소셜 미디어인 '다음 뷰'를 통해 대규모의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소셜 미디어의 한계와 과제
현재 미디어는 '모바일'과 '실시간'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향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이란 대선과 마이클 잭슨 사망 사건을 통해 본 소셜 미디어는 그야말로 정보와 아젠다 확산의 '속도전' 양상을 띠고 있다.
문제는 소셜 미디어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젠다 형성과 확산의 속도전이 위에서 언급한 '민주적 대중'의 형성 그리고 공공적 판단을 위한 대중의 숙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다.
공론 형성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개별 시민들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숙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의 쏠림이 빈번해진다면 제2의 황우석 사태와 같은 '포퓰리즘적 여론몰이'가 소셜 미디어에서 횡행할 수 있다.
이는 최 교수의 지적처럼 "매개 과정을 갖지 않는 개인들의 단순한 집합적 힘으로서의 민중성은 민주주의와 병행할 수도 있지만 과거 역사에서도 보듯 파시즘이나 어떤 전체주의적 운동, 혹은 그런 체제와도 병행하거나 이를 만들어내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해 민주주의 시스템에 위험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 내에서 이뤄지는 '실시간'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며 특히 '실시간'으로 확산되는 정보와 아젠다의 필터링을 위한 정교한 알고리즘이 고안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소셜 미디어는 민주주의 학습장그럼에도 소셜 미디어에서 이뤄지는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은 오프라인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국가기구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당하는 '오프라인 한국', 하지만 '온라인 한국'은 지금 민주주의의 학습장이자 해방구다. 이 온라인에서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있고 틈새로 새어나오는 국가기구의 선출된 대표들의 비상식에 대한 정보들을 취합하고 또 공유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특유의 히피적 저항문화, 네트워크의 확산 속도, 탈산업적 이데올로기, 반권위적 수평주의 등에 힘입어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집단지성이 온라인에서 잉태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이렇게 학습된 민주주의적 태도와 의식은 다시 오프라인의 민주적 열망의 에너지로 질적 전환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첨예한 정책 이슈가 충돌하는 선거 국면에서 그 진가가 발휘될 것이다. 오마이뉴스,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의 급격한 성장이 통상 선거와 재난·재해의 발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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