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조국이 우리를 만나게 하리라!

[우크라이나 통신 25]

등록 2009.07.24 21:36수정 2009.07.2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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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을이다. 우크라이나는 우리나라 면적보다 훨씬 넓은 나라다. 한반도의 3배 그러니까 어림잡아 남한의 6배는 된다. 동서남북으로 드넓은 벌판이 있고 우크라이나 전역을 동서로 나눈 것처럼 남북을 흐르는 긴 강이 있다. 그 강은 흑해까지 뻗어 있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스칸디나비아 바다에서 흑해로 흐른다고 하면 사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해가 쉬우리라. 그 긴 강이 드네프르강인데 그 강은 수도 키예프도 동과 서로 가르며 남북으로 흐르고 있다.

가로 공원에 낙엽이 물들었다. 가을의 길목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하게 하는 가을 단풍!
가로 공원에 낙엽이 물들었다.가을의 길목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하게 하는 가을 단풍!김형효

필자가 머물고 있는 니꼴라예프는 남서쪽이다. 이곳에도 이미 소개한 바 있는 것처럼 풍요로운 벌판과 넓은 강줄기가 흐른다. 그리고 그 강은 흑해로 흘러들어간다. 그 강을 따라 물길이 이어져 터어키로 가서 유럽이나 중동지역으로 이탈리아로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여러모로 이 나라 우크라이나는 동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대륙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우리가 외침을 받은 이유가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란 설명을 맨 처음 들은 것은 국사시간이었던 듯하다. 그런데 바로 우크라이나도 그런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많은 침략을 받았던 것 같다.

동물원에서 만난 고려인들과 함께 아마도 그들은 고려인 4~5세? 바로 알아보지 못하고 중국인인가? 고민을 하다 말을 붙였다. 한 마디 우리말을 못하는 그들과 러시아말로 인사를 나누었다. 하지만, 생김새에서 느끼는 동질감으로 서로 머뭇거리던 시간도 잠시 금새 우리는 어울릴 수 있었다.
동물원에서 만난 고려인들과 함께아마도 그들은 고려인 4~5세? 바로 알아보지 못하고 중국인인가? 고민을 하다 말을 붙였다. 한 마디 우리말을 못하는 그들과 러시아말로 인사를 나누었다. 하지만, 생김새에서 느끼는 동질감으로 서로 머뭇거리던 시간도 잠시 금새 우리는 어울릴 수 있었다.김형효

폴란드, 터키, 몽고, 러시아... 광활한 영토에 풍요가 넘치는 강이 있어 그저 사람 살기에 천국이다. 그렇게 좋은 이 나라가 그토록 시달림을 받았던 것은 비옥한 영토와 지정학적 위치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 외침 속에서 시인 쉐브첸코가 우크라이나의 풍요에 대해 수차례 노래했던 것이리라. 그리고 그 풍요를 상징하는 내륙의 강을 노래했으리라. 그리고 해양문화도 병행되는 이 나라는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는 자원이 넘치는 나라다. 물질문명의 발달 이전의 이 나라가 문화적으로 풍성했던 것도 다 그런 연유 때문이리라.

이메일을 적어주는 고려인 여학생  여학생들의 표정이 우크라이나인들의 밝음과 달랐다. 내 느낌이겠지만, 다정다감을 느꼈다. 웃으며 이메일을 적어주는 비까(빅토리아, 13세 여학생) 그리고 그 곁에 고려인 친구들~!
이메일을 적어주는 고려인 여학생 여학생들의 표정이 우크라이나인들의 밝음과 달랐다. 내 느낌이겠지만, 다정다감을 느꼈다. 웃으며 이메일을 적어주는 비까(빅토리아, 13세 여학생) 그리고 그 곁에 고려인 친구들~!김형효

이제 필자는 우크라이나 해양문화의 중심지인 크림반도의 소도시인 예빠토리야로 간다. 얼마전 이곳 니꼴라예프에서 동물원에 갔다가 고려인 4세, 5세쯤 되 보이는 어린 친구들을 만났다. 난 그들 10여명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면 친근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들은 한 사람도 한글을 몰랐다. 하지만, 그 중 한 아이의 할머니가 한국에 가셨다고 했다. 그렇다면 결국 그 아이도 곧 한글을 배울 것이다. 아마도 그렇게 오랜 조국이 우리를 만나게 하리라.

흑해 연안 크림반도의 예빠토리야 새로운 부임지가 예빠토리야다. 한국에는 소개가 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여러 검색싸이트에서 찾아지질 않는다. 할 일이 많아졌다는 생각이다.
흑해 연안 크림반도의 예빠토리야새로운 부임지가 예빠토리야다. 한국에는 소개가 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여러 검색싸이트에서 찾아지질 않는다. 할 일이 많아졌다는 생각이다. 김형효

필자가 가는 예빠토리야에 고려인 협회 사람을 내일 아침 만나기로 했다. 필자가 이곳에 와서 공식적으로는 두 번째로 만나는 고려인이다. 정중한 마음으로 깨끗한 몸가짐으로 그를 만나 대화하리라. 손잡으리라. 아주 오래전 할머니, 할아버지의 혈맥을 따라...  

나의 노래여(1847년)

나의 노래여 나의 노래여
나의 다정한 그대여
이 고난의 시간
날 버리지 마오
회색 날개 돋친 비둘기마냥
넓은 드네프르 강에서
이리로 날아오라.
이 거친 황무지에서
맨발의 키르기즈 사람들과
거닐어 보자구나.
그들은 가난하고 헐벗었지만
아직은 자유의 몸
하나님께 기도하나니
나에게 날아오라.
사랑하는 노래여.
나 그대를 아이마냥
조용한 속삭임으로 애무하리.
그리고 그대와 함께 눈물지으리.


 *망명지에 있던 쉐브첸코가 사랑을 노래한 시
  그는 사랑하는 사람은 있었으나,
  신분적 차별 때문에 죽을 때까지 결혼에 이르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해피수원뉴스에도 게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해피수원뉴스에도 게재됩니다.
#우크라이나 니꼴라예프 #국제협력단 코이카 #우크라이나 고려인 #해외봉사단 시인 김형효 #시인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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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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