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8대국회가 역대 최악 국회"가 될 것을 우려했지만

24일 사설 '이렇게 가면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것'을 읽고

등록 2009.07.24 10:53수정 2009.07.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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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18대 국회를 역대 최악 국회가 될 것을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24일자 사설 '이렇게 가면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것'이라를 통해 "여당은 소수 야당을 무시하기 일쑤였고, 야당은 극한 투쟁이란 구시대적 발상에서 헤어나질 못했다"면서 "이대로 가면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 18대 국회는 임기는 시작했는데, 문은 82일이 지나서 열었으니 국민 앞에 낯은 뜨겁게 시작했다. 사설이 지적했듯이 "국회 상임위원장과 위원들을 정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 간 타협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는 자리 다툼으로 보였고, 일을 하지 않으면서 "국회 문을 82일이나 닫아걸어 놓고도 의원들은 월급에 해당하는 세비(歲費)는 꼬박꼬박 받아갔기" 때문에 국회 문을 82일이 늦게 연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문을 늦게 연 것은 문제이지만 이후 국회 운영 과정에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보여준 행태는 이명박 정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밀어붙였다. 사설은 " "첫 정기국회부터 이번 임시국회까지 파행과 난투극은 18대 국회를 상징하는 코드처럼 돼 버렸다"면서 "나라 전체가 미국발(發) 금융 위기로 또 한번 IMF 사태 같은 경제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상황에서도 여야는 예산안조차 합의 처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18대 첫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처리 과정이 파행을 거듭한 이유 중 하나가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 동의안 상정을 위해 박진 외교통상위원장이 12월 17일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문을 걸어잠궜다. 민주당과 민노당 등 야당 외통위의원들은 안에 들어가지도 못했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때문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식 국회 운영이 나은 파행이었다.

 

사설은 또 18대 국회들어 "형식적인 여야 협상이 끝나면 여당은 여당 출신 국회의장에게 국회 상임위 절차를 생략한 채 본회의에서 법안을 바로 처리할 수 있게 직권 상정해 줄 것을 요구했고, 야당은 국회 절차를 보이콧하면서 농성을 벌였다"면서 "헌법 49조에 규정된 '다수결에 따른 국회 운영'이란 기본 원칙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것이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당인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것 같지만 결국 헌법 49조를 인용하여 다수결을 강조함으로써 민주당과 야당의 보이콧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원칙이지만 그 다수결이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소수 의견을 무시하는 것도 민주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다. 특히 169석이나 되는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은 자기들 생각만 관철시키려고 할 뿐 야당이 제시하는 법안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예 야당 의견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사설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운명이 걸린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안은 제대로 된 여야 협상도 없이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그에 따라 매일 수백, 수천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쫓겨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과 조선일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바라는 사용사유제한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고, 정규직 전환 기간만 유예하는 일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정규직 전환 유예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를 위한 것이다. 수백, 수천 노동자들이 길거리에 쫓겨나고 있다고 했는데 그들 중 많은 노동자들이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임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사설은 또 언론악법 날치기 처리 과정에 대해 "격렬한 몸싸움 끝에 사실상 여당의 단독 처리로 끝났다"면서 "여야는 상대 당 의원들이 자기 자리가 아닌 다른 의원들의 자리를 돌아다니며 전자투표기에서 찬성과 반대 버튼을 마구 눌렀다는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며 "이런 낯 뜨거운 논란이나 벌이고 있는 것이 18대 국회의 현주소다. 이대로 가면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서 따져보자. 방송법 재투표 논란은 왜 언급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여야의 단순한 공방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재투표를 강행한 것을 비판하는 것이 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을 내리겠지만 언론은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쳐 진실을 보도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사설 결론처럼 이번 언론악법 강행처리와 처리 과정에 불거진 재투표와 대리 투표 논란은 18대 국회가 역대 어느 국회보다 최악으로 남을 것이다. 18대 국회가 최악이 된 이유는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 여론 다양성을 무시하면서 언론악법을 강행처리한 한나라당 때문이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때문이 아니다.

2009.07.24 10:53ⓒ 2009 OhmyNews
#18대국회 #언론악법 #재투표 #대리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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