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방 빌릴 때 '당하지' 않으려면

[해외리포트] 외국인 전용 부동산 대표 우에하라씨의 팁

등록 2009.07.23 12:44수정 2009.07.2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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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침체로 일본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비싼 임대료와 수수료는 물론, 외국인 차별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임대주택의 가격 하락은 변화 조짐은 유학생들이나 이민자들에게 뜻밖의 '훈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9년 7월 1일, 일본 국세청이 발표한 전국 노선가(路線價)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상승했던 것에 마침표를 찍고 3대 수도권에서 일제히 하락을 기록했다. 도쿄지역은 전년 대비 6.5%p, 나고야 지역은 6.3%p, 오사카 지역은 3.4%p 하락했다.

일본 집값 하락이 가져온 임대업 지각 변동

 일본 아에라넷. 임대세 붕괴가 도심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
일본 아에라넷. 임대세 붕괴가 도심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 아에라넷

노선가는 상속세 및 증여세의 산정 기준이 되는 토지 평가액으로, 매년 1월 1일을 평가시점으로 하며, 공시지가에서 8할 정도의 가격이 산정된다. 노선가는 가로에 접해 있는 획지의 가격을 평가하는 기준가격을 나타내는 말이다. 일본에서 개별지가를 산정하거나 환지평가와 과세표준액을 산정하는 데에 사용된다.

이렇게 노선가가 하락한 원인은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악화 탓이다. 일본 전국의 노선가 평균은 1㎡당 13만 7천 엔이다. 가장 비싼 지역인 긴자는 1㎡당 2400만 엔.

노선가 하락은 일본의 집세 하락과 친타이(임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잡지 <아에라>(AERA)는 지난 2월 16일 호에 '임대세 붕괴 도심에서 일어나다'라는 기사를 통해 집값 붕괴의 심각성을 알리기도 했다.

일본 부동산업계에는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부동산업계의 도산은 2008년부터 본격화 됐다. <제국 데이터 뱅크>가 발표한 2008년 통계치를 보면 부동산업자의 도산은 201건으로 2007년에 비해 7.5%p 증가했다.


남아있는 부동산들은 치열한 생존경쟁 중이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외국인에 대한 차별 대우 행태를 벗어나 외국인들을 중요한 고객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본 부동산 업계의 변화움직임을 <공간부동산> 우에하라 마사토(上原雅登) 대표를 통해 들어봤다. <공간>은 일본 거주 외국인들만을 대상으로 3년째 임대업 중개를 하는 부동산이다.


 일본의 대표적 임대주택 검색사이트 친타이
일본의 대표적 임대주택 검색사이트 친타이 친타이

"일본 부동산 중개인의 외국인 차별, 나도 인정한다"

- 외국인 전문 부동산 사업을 시작했는데, 어떤 계기였나.
"10년 전쯤 자영업을 하면서 2개의 가게를 운영했다. 그때 그곳에서 일하던 중국인들의 방을 찾아주려고 일본 부동산 20곳 이상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내가 보증을 서겠다고 했음에도 방을 빌려주는 곳이 없어 결국 내 명의로 방을 빌려주곤 했었다. 현재 일본에 215만 명의 외국인이 있는데 제대로 대응해 주는 부동산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사업에 뛰어들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일본도 이제 달라졌다."

- 일본에 처음 오는 외국인들은 비싼 부동산 중개 수수료(집세의 한 달 치), 레이킹(집주인에게 감사의 뜻으로 주는 돈으로 집세의 1~2달치), 고액 시키킹(보증금) 등의 제도에 놀라게 된다. 현장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 젊은이들도 이런 제도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나는 유학생을 전문으로 하다 보니 (일본에만 있는) 이런 제도를 설명하는 것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낀다. 최근에는 시키킹과 레이킹이 상당히 저렴해지고 있다. 맨션이나 임대주택의 경우 집주인이 집을 살 때 주택론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바로 입주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곤란해진다. 그래서 레이킹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키킹은 꼭 하나 정도는 내고 들어가는 편이, 퇴거시의 트러블을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는 시키킹 1, 레이킹 0 정도로 제도가 개편되길 바란다. 단,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일본의 비싼 임대료를 감안하면 적정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우에하라 <공간부동산> 대표
우에하라 <공간부동산> 대표곽형덕
-일본 부동산업자들이 백인과 아시아계를 차별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시아계 중에서도 한국과 대만의 경우는 좀 덜하지만 동남아시아인들은 집 빌리기가 수월하지 않다고 한다.
"내가 느끼기에도 일본은 백인에게는 매우 저자세를 취한다. 백인들에게는 좋은 조건으로 방을 찾아준다. 한국인과 대만인도 집을 빌리기 쉬운 편이다. 그러나 중국인이나 필리핀인, 이슬람 계통의 사람들은 쉽지 않다. 가끔은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본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외국인들도 받아들이지 않는 집주인들이 있다.

일본 부동산 업계에서는 외국인을 좋은 먹잇감으로 본다. 내국인에게 보여주는 정보와 외국인에게 보여주는 정보가 각각 프린트 돼 있는 부동산도 있다. 일본인에게는 시키킹 1, 레이킹 0인 방이 외국인에게는 시키킹2, 레이킹 1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부 부동산중개인은 외국인에게 집을 빌려줄 때 도보로 집을 안내하지 않는다. 차에 태워서 집을 보여주는데 역에서 걸리는 시간이나 주변경관을 잘 볼 수 없기 때문에 따로 와보지 않고 계약하는 경우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나는 집을 보여줄 때 일부러 걸어갈 것을 권한다. 지방에서 올라온 일본인도 외국인과 거의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인종차별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음식문화와 관련이 깊다. 중국인은 기름을 많이 써서 요리를 하기 때문에 퇴거 시 트러블이 많이 발생한다. 이슬람권은 음식문화 자체가 다르다 보니 냄새가 집에 배어서 그걸 없애는 데 곤란을 겪는다고 한다.

과거에는 유학생들 중 일부가 고국으로 돌아갈 때 집세를 내지 않고 야반도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나도 3달치 집세를 내지 않고 도망한 유학생을 경험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 때문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차별당하는 것은 부당하다."

- 그렇다면 어떤 점에 가장 주의해야 하나.
"외국인에게는 팔다 남은 것을 집을 잘 포장해서 강매하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는 허위정보일 가능성이 많은데 이를 미끼로 부동산에 오게 한 다음, 그 집은 이미 결정됐다면서 다른 집들을 보여준 후 계약을 독촉한다. 그런데 나중에 심사단계에서 집주인에게 외국인인지 일본인인지 말하기 때문에 계약이 완료될 확률은 매우 낮다. 집을 직접 보기 전에 부동산 중개인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또 일본 부동산에서는 보통 설명서를 일본어로만 작성하는데 가급적 한국어나 중국어로 된 안내문을 준비하고 있는 곳을 찾는 게 좋다. 이런 내용은 대부분의 일본 부동산에서는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주지 않는다."

경기침체로 이제는 중개인들이 먼저 외국인들에게 '러브콜'

- 일본에서 부동산업은 어떤 사업으로 인식 되고 있나.
"일본에는 부동산업자가 너무 많다. 부동산업을 하려면 국가시험인 '택지건물 거래승인시험'에 통과해야 하는데 이 시험은 합격률이 5%정도인 데다가 연 1회밖에 시험을 보지 않는다. 이 시험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직원 중 1명은 있어야 하며, 자금도 800~1천만 엔 정도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보통은 자격증을 갖춘 사람이 고객과 직접 상대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임시직들이 고객을 상대한다. 반면, 자격증을 임대하는 폐해가 많다.

임시직을 많이 쓰기 때문에 부동산 업계는 이직률이 매우 높다. 고객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면서 이렇게 이직률이 높다는 것은 불안한 요소다. 그래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우선 부동산으로 형사들이 찾아가서 집을 소개해준 부동산 업자가 이직을 했는지 실종되지는 않았는지부터 조사한다. 그리고 계약건수로 인센티브를 매기기 때문에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은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들에게 속여서라도 방을 빨리 계약시켜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공간> 부동산의 한국어 안내문
<공간> 부동산의 한국어 안내문 곽형덕
- 글로벌 경기침체로 일본 부동산 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피부로 느끼는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과거에는 꿈쩍도 안 하던 일본인 부동산 중개인이 일본어학교에서 직접 찾아와서 학생들이 방을 찾을 때 자기 가게로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는 등 입장이 역전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3년째 외국인을 상대로 이 일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변화가 매우 놀랍게 느껴진다."

- 앞으로 일본 부동산 업계는 어떻게 변화할 거라고 보는가.
"일본의 부동산 업계는 대체로 기업철학이 없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인구감소와 외국인 증가는 부동산계에도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게스트하우스가 늘고 있는 게 이런 변화의 일단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일본의 젊은 세대는 타인과 함께 사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얼굴도 국적도 알 수 없는 이웃이 사는 게스트하우스에 몰려들고 있다. 지방에서 올라온 일본의 젊은이들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우선 몇 달 살아본 후에 방을 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또한 몇 달마다 게스트하우스를 옮겨 다니며 도쿄의 각지를 체험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나 일본인들도 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 우에하라 대표는 다카다노바바에 게스트하우스를 이번 달에 오픈하며, 몇 달 후에는 외국인 전용 부동산 검색 사이트 http://ccoorr.com 오픈을 준비 중이다.


덧붙이는 글 * 우에하라 대표는 다카다노바바에 게스트하우스를 이번 달에 오픈하며, 몇 달 후에는 외국인 전용 부동산 검색 사이트 http://ccoorr.com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일본 주택 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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