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밝히고 있는 대치동 학원들 간판
성하훈
하지만 이는 겉모습일 뿐이다. 실질적인 수업시간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학생들에 따르면 수업시간이 그대로거나 일부 앞당겨졌지만 10시에 수업이 끝나게 되면서 쉬는 시간 없이 바로 수업이 이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저녁식사도 못하고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학생도 있었다.
"이전에는 10시 30분쯤 끝났어요. 그런데 10시로 앞당겨지면서 쉬는 시간이 아예 없어요. 그래서 불편하기는 해요. 또 10시에 다 같이 끝나다 보니 차도 많이 밀리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집에 일찍 들어갈 수 있어서 피곤한 것은 덜해요." - 김보연(중학교 2학년) 학생수업시간은 줄었지만 토요일 수업이 새로 생겼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평일에만 있던 수업이 토요일에도 생겨났다는 것. 최은영(가명) 학생은 "시간이 급하게 변경됐다, 원래는 월수금만 오는데, 갑자기 주말 수업이 생겨나 토요일에도 학원에 나온다"며 "토요일 수업은 2~5시까지 하는데, 나오는 인원이 더 늘어난 것 같지는 않고 비슷비슷하다"고 주말 학원가 분위기를 전했다.
10시 수업제한 조처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학년별로 확연히 갈렸다. 고3들은 불만이 많은 반면 그 외에는 집에 일찍 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전에는 새벽 0시 30분에 끝났는데, 10시에 끝나니 야간 자습도 안 되고 불편함이 많아요. 끝나면 바로 독서실로 가는데, 차도 많이 밀리잖아요. 고액 과외는 못 잡고 학원만 갖고 그러는 것 같아요." -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A"일찍 끝나게 되니 좋은 걸요. 집에 일찍 들어갈 수 있잖아요. 5시에 시작해 11시에 끝나던 수업을 10시에 마쳐 여유가 생기는 느낌은 들지만, 대책 없이 시간을 조절한 것 같아요. 고3들이 불평을 많이 하던데요." -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학생B학부모들도 아이들이 집에 조금이라도 일찍 올 수 있다는 것과 학원비 인하 등에 대해 기대를 하는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원에 묶여있는 시간이 줄어든 게 다행이며 애들을 위해서는 수업시간 제한을 두는 게 옳다는 것.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도 지난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수업시한 제한 조처를 환영하며 이를 법제화할 것을 요구했다.
학원교사·학부모 "고액과외만 늘어날 것"이에 비해 학원 측은 '시간표 짜기가 빠듯해졌다'면서 고충을 나타냈지만, 한편으론 방학 기간 중이라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현재는 학원 운영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일부 학원들은 지장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다. 또 주말반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고 있었으며 학파라치 제도에 대해서는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ㄱ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 교사는 "정부 방침에 따르기에 10시까지 하는 것인데, 학파라치 시행은 안 좋은 것 같다"며 "학원 선생님들 인격을 비하하고 모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감시당하고 고발당할 수 있는데 어느 학원 선생님들이 좋아하겠나"라고 말했다.
한 학원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다는 교사 C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르치는 것에 대해 제한을 둔다면 통행금지도 시행해야 마땅한 것 아닌가"라며 "사교육이 과열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생각은 안하고 규제 일변도로 가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율적인 규제로 유도해야 하는데, 학파라치 제도를 시행한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그런 식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 머릿속에서 나온 정책이니 수준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원 교사들은 정부가 내놓은 수업시간 제한이 결국 음성화된 고액 과외를 늘어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동에서 만난 학생이나 학부모들도 거의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앞서 인터뷰한
이영균 학생은 학원 수업제한이 이뤄지면서 주변에 과외 하는 친구들이 늘어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