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생태체험 과제로 내준 열대어와 관찰기록장...ㅠ.ㅠ
김애경
식물씨앗을 쥐어주는 경우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집에서 여러 가지 화초를 가꾸는 가정도 많고, 대부분 작은 꽃 종류의 씨앗을 주기 때문에 몇 천 원만 투자하면 경제적으로 큰 부담없이 아이들이 식물의 성장을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제가 동물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위의 사진은 모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나눠준 열대어와 관찰기록장입니다. 작은 음료수 통 안에는 제브라다니오 유어 2마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산소알갱이와 먹이도 잔뜩 들어 있었고, 물은 뿌옇게 오염돼 있었습니다. 물고기는 지느러미가 거의 전부 녹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열대어를 한 번이라도 길러 본 경험이 있는 분이 저걸 보신다면 혀를 찰 노릇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열대어는 반드시 적절한 공간과 알맞은 환경이 필요하고, 수온 및 수질 등 관리가 까다롭고 제법 손이 많이 가는 생물입니다. 유치원생 꼬마들에게는 어림없는 일이지요. 혹시 열대어를 기를 환경이 이미 마련돼 있는 가정이라면 별 문제 없겠지만 전혀 준비돼 있지 않은 가정에 저런 걸 보낸다면 정말 난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니, 난감하다는 것도 어느 정도 사육의 기본을 알고 있는 분들이나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요. 관찰기록장에는 사육을 위해 필요한 환경과 용품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습니다. 그저 일주일에 한 번씩 물갈이를 해주고 먹이만 제대로 준다면 아무 문제 없다고 지도(?)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여러 번 언급했지만 생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생물에 필요한 환경은 무엇인지, 필요한 용품은 무엇인지, 생물의 특성은 무엇인지 공부하고 익혀야 건강하게 기를 수 있습니다. 열대어는 특히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전지식을 얻을 기회는 제공하지 않은 채 저렇게 아무 대책없이 기껏 종이 한 장 덜렁 붙여 던져줘서야 무슨 생태체험의 의미가 있겠으며, 얼마나 정서가 함양되겠습니까. 지느러미 다 녹은 제브라다니오 2마리가 썩은 물속에서 헥헥대다가 결국은 죽어 나자빠지는 모습밖에 더 보겠습니까.
생태체험의 의미는 단순히 한 번 만져보고 길러보는 기회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이나 상태'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체험함으로써 그 생물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알고, 지구를 같이 나눠쓰고 있는 생물로서의 인간이 취해야 할 도리를 배워 나가자는 데 뜻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상업적인 가벼움에서 벗어나 좀더 깊게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갈 길이 멉니다.....ㅠ.ㅠ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 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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