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약육강식'의 세계가 아니다

[포토에세이] 노을

등록 2009.07.19 13:26수정 2009.07.1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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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두물머리
노을두물머리김민수
▲ 노을 두물머리 ⓒ 김민수

 

연일 내리는 폭우로 하늘이 빛을 잃어 밋밋하다.

하늘을 바라보아도 그저 습기 가득찬 희뿌연 구름만 보일 뿐이다. 그 너머에는 별들이 빛나고 있다고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냥 그런 하늘이다.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노래를 해보지만 어쩌면 그 밝은 날을 맞이하려면 오늘 밤이 아니라 오랜 질곡의 세월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같은 것들로 마음까지 우울하다.

 

하루를 맞이하고 하루를 보내는 일은 거룩한 일이다.

그런데 하루를 맞이할 때에는 피곤에 찌든 몸 간신히 일어나 출근전쟁에 시달리고, 하루를 마감할 때에도 하늘 한번 바라보지 못하다가 도시 불빛의 포로가 되어 버린다.

 

노을 제주도 종달리
노을제주도 종달리김민수
▲ 노을 제주도 종달리 ⓒ 김민수

 

자주는 아니지만 간혹 붉은 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날들이 있다.

그 시간 노을지는 바다에 서 있거나 산 위에 서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하기도 하지만 도시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거반 퇴근길 차 안에서 곁눈질로 바라볼 뿐이었다.

 

마음 먹고 노을을 바라보리라 작정을 한 날은 그저 밋밋한 노을, 그래서인지 최근 몇 년간 노을다운 노을을 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보고 싶어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자연의 선물이 노을이다.

똑같은 노을이지만 서 있는 자리가 어디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발을 딛고 살아가는 곳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노을 제주도 종달리
노을제주도 종달리김민수
▲ 노을 제주도 종달리 ⓒ 김민수
 
자연과 소통하며 살아갈 때 나는 행복을 느낀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비를 내리고 햇볕을 주는 자연, 선한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악한 이들까지도 차별하지 않는 자연을 보면서 그의 넓은 품을 배운다.
 
자연은 '약육강식'의 세계가 아니다.
오히려 약한 것들과 작은 것들을 배려하며 살아간다.
강자의 승리는 오로지 자신들만의 잔치지만 약자의 승리는 모두의 잔치가 된다.
 
노을, 이것은 어둠이 빛을 삼키는 시간이 아니라 삼라만상 쉼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자연의 빛에 따라 일하고 쉬는 일, 그것이 자연의 섭리를 따라 살아가는 일이다.
 
노을 제주도 하도
노을제주도 하도김민수
▲ 노을 제주도 하도 ⓒ 김민수

 
오늘 우리 사회는 오로지 강한 자들만 살아남는 세상이 되었다.
서로 경쟁하며 남을 짓밟고 일어서지 않으면 낙오되는 세상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얻은 것은 치열한 경쟁이요, 잃은 것은 삶의 행복이다. 삶의 행복을 상실한 사람들은 자기가 가지고 싶은 모든 것을 다 가져도 헛헛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깨달음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삶의 종착역에 가서야 자신의 삶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일은 너무 불행한 일이다. 아직 돌이킬 수 있는 삶의 시간에 전향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붉은 노을은 상징적으로 삶의 끝자락이기도 하다.
어떤 삶을 살았을 때 저렇게 정열적인 붉은 빛으로 보는 이들마다 '와!'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할 수 있을까?
 
노을 제주도 용눈이오름 근처
노을제주도 용눈이오름 근처김민수
▲ 노을 제주도 용눈이오름 근처 ⓒ 김민수

 

똑같은 세상, 똑같은 사물도 어떤 빛이 비추는가 혹은 어디에 서 있는가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어느 쪽에서 보아도 어떤 빛에서 보아도 아름다운 삶이면 좋겠다.

 

'선한 사마리아인 컴플렉스'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강자들의 횡포에 신음하는 이들, 강도 만난 이들을 외면한다면 그들을 겨누던 횡포와 강도짓이 자신을 향하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노자는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굳은 것을 이긴다'고 보았다. 약한 것과 부드러운 것은 결국 이기되 다투지 않고 이긴다는 것이다. 이것은 강한 것과 굳은 것이 이기는 방식과 다르다는 것이다.

 

태고적부터 지금까지 우리 곁에 있는 자연, 그들의 삶을 보면 강한 것들만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연약하고 부드러운 것들과 작은 것들이 살아 우리와 함께 하고 있으니 자연은 '약육강식'의 세계가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김민수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7.19 13:26ⓒ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카페<김민수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을 #하루 #약육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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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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