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보상을 받지 않고 남아 있는 골목집과 골목병원.
최종규
허문다며 건물 안팎으로 죄다 뜯어 놓고 부수어 버린 건물 한 곳으로 올라가서 물끄러미 골목길을 내려다봅니다. 송현동 골목에서 송현시장을 지나 수도국산 배수지 언덕받이에 지어진 주택공사 아파트 무리가 한눈에 보입니다. 저 너머로도 인천 앞바다가 있으나, 높직한 아파트는 다른 데에서는 바다를 바라볼 수 없도록 합니다. 자유공원 둘레 송월동에서 바라볼 때에도 바다가 아파트한테 막히고, 도원동 황골고개에서 바라볼 때에도 바다가 아파트한테 막힙니다. 아직 북성동과 선린동 언덕받이에서는 아파트한테 막히지 않지만, 새로 지은 호텔이 눈길을 떡하니 가로막는 데다가 숱한 타워크레인이 바다를 못 보도록 합니다. 예전에는 웬만한 언덕받이나 골목집 옥상에서 바라볼 수 있던 바다였는데, 이제는 아파트 높은층에 깃들지 않고서는 바다를 바라볼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파트 높은층에 깃든다 하여도 먹고살기 바쁜 나머지 바다를 바라볼 겨를이 없는 우리들입니다.
며칠 뒤면 허물리겠구나 싶은 건물에서 내려와 송현시장을 가로지릅니다. 송현동에서 송림1동 골목길로 접어들고, 산업도로 공사터를 끼고 수도국산 배수지 언덕으로 올라서는 골목계단을 하나하나 딛습니다. 언덕받이로 다 올라와서 가쁜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니, 금곡동과 창영동이 둘러싸는 배다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이내 송림2동으로 건너갑니다. 길바닥에는 '여기는 송현동, 여기는 송림1동, 여기는 송림2동'이라 하는 금이 그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저, 골목집 문패와 주소패를 흘깃흘깃 쳐다보면서, 여기는 무슨 동 몇 번지이고, 저기는 무슨 동 몇 번지이구나를 헤아리면서 머리속으로 길그림을 그립니다.